1면에 소개한 ‘와인전쟁’은 ‘프랑스 문화의 정수’라고 알려진 포도주를 둘러싸고 벌어진 나치와 프랑스의 한판 승부를 다룬 책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침략을 겪은 프랑스 사람들이 살아간 역사를 조명한 책이지요. 다큐멘터리적인 사실 접근을 통해 50여년전의 역사가 바로 눈 앞에서 되살아나는 듯한 체험과 감동을 안겨줍니다.
지금까지 2차대전을 돌아본 책들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책은 드물게도 ‘와인’이라는 일상의 주제를 통해 민중의 대 독일 저항을 다룬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쟁과 수탈이라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주제입니다. 얼마 전 한 사학자는 본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런 아쉬움을 언급했습니다. 식민지 시대를 보는 우리 역사가 위로부터의 지배와 통제라는 관점에서 조명됐을 뿐 평범한 서민들의 일상 세계와 일상적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한 연구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독립운동과 친일 시비 외에도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다룬, 아래로부터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제는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우리 민중이 겪었던 주권상실의 경험을 되돌아봐야할 광복절이 다시 돌아옵니다. 우리에게도 평범한 농부 혹은 장사꾼들이 일제에 대항해 귀중한 자산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악착같이 노력했는지를 다룬 성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2면 테마북스의 특집으로는 SF와 판타지물을 준비했습니다. 3면에 고른 ‘요재지이’는 동양적인 판타지의 특색을 보여주는 고전입니다. 딱딱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24일이면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지 10주년이 됩니다. 이웃한 두 나라가 한동안의 공백기를 넘어서 본격적으로 교류한지 10년밖에 안되는 셈이죠. 접촉이 짧았던 만큼 우리는 아직도 중국, 중국인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 책에서 단순한 판타지의 재미만을 취할 것인지, 중국문화의 원형과 중국인의 의식세계를 들여다보는 텍스트로 삼을 것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을 것입니다.
고미석기자 출판팀장·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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