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사익(53)에 대한 평이다.
장사익은 94년 첫 콘서트를 가진 이래 가식과 기교가 없는 원시적 절창으로 90년대 가요의 대안으로 손꼽혔던 가수. 그는 ‘하늘가는 길’ ‘허허바다’ 등 대형 공연을 통해 소리의 참맛을 들려줬다.
그는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소리판 ‘우리 대한민국’을 펼친다.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는 네 번째 공연이다. 이만한 기록을 가진 대형 가수는 그가 처음.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이 ‘장사익’답지 않다. ‘하늘가는 길’ 등 그가 부른 노래들은 모두 ‘무정부적’이고 ‘무정형’이다.
“허 참 얼굴 뜨겁네요. 원래 ‘산위에서 부는 바람’이라고 지었는데 월드컵의 열기나 광복절의 의미를 아우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어째 너무 시류를 탄 것 같은가요?.”
‘산위에서 부른 바람’이 훨씬 더 장사익답다고 했더니 “그건 그렇지. 하지만 변화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변화는 70인조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다. 인간의 소리만으로 대편성의 교향악단을 ‘부리는’ 것은 웬만한 가수들은 엄두도 못낼 일.
“오케스트라는 풍성해 내가 자유롭게 노닐 수 있어요. 마치 어머니 자궁에 있는 것처럼 편안합니다.”
공연에는 또 ‘여행’ ‘낙화’ ‘아버지’ ‘꿈꾸는 세상’ 등 네곡의 신곡도 선보인다. ‘꿈꾸는 세상’의 가사만 장사익이 직접 쓴 것이고 나머지 세곡은 시인들의 시. 장사익의 노래들은 대부분 시에 음을 붙인 것이다. 그의 노래가 들꽃의 미소같은 토속적인 풍경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시인들이 보는 세계가 내가 느끼는 세계가 일치하면 음감이 떠오르기 시작한다”며 “시(가사)로 세상을 표현할 수 없는 내가 시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한 시의 작가들에게 저작권료 등 금전적인 보상을 한 적이 없다. 금전이 오가면 결국 그것으로 관계가 끊어질 것 같아서다.
가수로 데뷔한 지 8여년. 경제적으로도 윤택해졌다. 데뷔하기 전인 40대 초반까지 그는 자동차 정비사 등 여러번 직업을 바꾸었다.
“노래한 뒤 돈도 좀 벌었지만 그게 뭐 큰 의미가 있나요. 한명을 앞에 두고 하는 공연이 훨씬 더 살맛나게 만듭니다.”
장사익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세계NGO대회의 한국의 날에 초청돼 17일 현지로 떠난다. 상여소리와 사물놀이 등 한국의 소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의 두 아들 광수(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 영수(목원대 4년)이 모두 대금 연주자. 그는 “아들의 연주력이 더 영글면 함께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사익 공연은 15일 오후 3시, 7시반. 2만, 4만, 6만원. 1588-1555, 02-396-0514
허 엽기자 he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