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기념관 운영 이종진씨 “엘비스와 함께할 사람 오세요”

  • 입력 2002년 8월 14일 18시 07분


엘비스 프레슬리 개인기념관을 운영 중인 이종진 관장(왼쪽)이 엘비스 25주기를 맞아 손수 마련한 기념카드를 펼쳐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 개인기념관을 운영 중인 이종진 관장(왼쪽)이 엘비스 25주기를 맞아 손수 마련한 기념카드를 펼쳐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아침이슬과 같다. 아침에 풀잎에 맺혔다가 햇살이 나면 사라지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다시 맺히는 이슬이다. 엘비스는 죽었지만 동시에 살아 있다. 죽음과 삶이 공존하기에 그는 불멸의 존재다.”

경기 파주시 광탄면에서 사재로 엘비스 프레슬리 기념관 ‘팔로 댓 드림(Follow that dream)’을 운영 중인 이종진씨(인쇄업). 16일 엘비스 사망 25주기를 맞아 기념관 안팎을 단장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에게 엘비스는 취미가 아니라 삶이고 신앙이며 꿈이다.

4년여의 준비 끝에 2000년 8월16일 400평 규모의 2층 건물에 개장한 엘비스 기념관에는 그가 엘비스와 함께 ‘살아온’ 30년간의 자취가 꼬박 모여 있다. 엘비스가 발표한 72장의 LP, 다큐멘터리 영화 2편을 포함해 생전 그가 출연한 33편의 영화와 최신 DVD 20여편, 각종 잡지와 신문기사, 포스터, 기념품 등….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예쁘장한 건물과 네온사인에 카페나 레스토랑을 연상하지만 이곳은 음료는 물론 기념품 하나 팔지 않는다. 오히려 65인치 HDTV와 진공관부터 최신 앰프까지 10여종의 오디오로 무장된 엘비스 공연 동영상물 상영 도중 자리를 뜨지 않는다고 약속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이씨에게 이곳은 엘비스의 ‘복음’을 전하는 ‘성소(聖所)’이고 그 자신은 ‘목자’다. 입장료 5000원도 모금함을 설치해 자발적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마치 교회의 헌금함을 연상시킨다. 또 50대 중반인 그는 역사를 예수탄생 전후로 나누듯 자신의 나이도 엘비스가 숨진 뒤 몇 년이란 식으로 답할 뿐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과연 엘비스의 어떤 점이 176㎝ 키에 95㎏으로 한때 미들급 권투선수이기도 했다는 이 사내의 순정을 빼앗은 것일까.

“단순하고 순수한 것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영원하다. 버트런드 러셀이 엘비스를 두고 한 말이다. 그는 노래도 춤도 배운 적이 없다. 소리가 나오는 대로 노래를 했고 몸이 가는 대로 춤을 췄다. 신이 인간을 빚었다면 엘비스야말로 가장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존재일 것이다.”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는 답변을 쏟아내는 그는 목자보다 선승(禪僧)에 가깝다.

-엘비스를 실제로 본 적이 있나?

“어젯밤 꿈속에서도 만났다.”

-엘비스 노래 중 본인의 18번은?

“차중락이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으로 번안했던 ‘Anything that parts of You’다.”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 듯한데….

“걱정하지 말라. 엘비스가 가끔 온라인으로 돈을 부쳐준다.”

주말과 공휴일만 문을 여는 ‘팔로 댓 드림’에서 진짜 ‘기념품’은 바로 그 자신이 아닐까.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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