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TV채널은 이집트 현지에서 쿠푸 대피라미드의 실체를 규명하는 생방송을 실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특히 석관(石棺)이 발견된 피라미드 묘실(墓室)에 로봇을 들여보내 피라미드 내부를 생생하게 보여줄 계획이어서 학계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
한국시간으로 17일 오전10시(미국 동부시간 16일 오후 8시)부터 두시간 동안 이집트 현지에서 진행되는 이 방송은 전세계 141개국에 위성 중계된다. 미국 내 방송은 FOX TV가 맡고 140개국으로의 위성 중계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TV채널이 담당한다. 국내에서는 위성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가 방송할 예정이다.
방송 진행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원으로 피라미드 주변 지역을 발굴 중인 미국의 시카고대와 하버드대 합동 발굴단의 단장인 고고학자 마크 레너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이집트 통신원인 자히 하와스. 이들은 이번 발굴 성과를 토대로 피라미드의 실체를 현장에서 파헤친다.
레너가 이끄는 발굴단은 기원전 2500년경 피라미드 건축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주거지를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발굴 유적 중 공동 숙소는 무려 2만여명이 동시에 생활할 수 있는 대규모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레너는 방송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소개한다.
“공동 숙소에선 기술자 석공 감독관 등이 함께 살았다. 2만명은 일종의 노동력 풀(pool)이었다. 일부는 정규직이고 일부는 임시직이었으며 임시직들은 수시로 교체됐을 것이다. 이집트 전역의 백성들은 이곳에 와서 일을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서로 주고 받았다. 그것은 이집트인들을 사회화되고 하나로 통합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이집트인들이 어떻게 피라미드를 건설했는가에 관심을 갖지만 나에겐 피라미드가 어떻게 이집트를 통합하면서 왕국을 건설했는 지가 더 흥미롭다.”
레너는 토기류와 사람 배설물, 엄청난 양의 동물뼈를 발굴해 당시 인부들이 육류를 즐겨 먹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술 흔적이 남아있는 두개골을 찾아내 당시 의학적 치료가 빈번했다는 것도 새롭게 밝혀냈다. 또한 왕궁의 흔적도 하나둘 찾아내고 있다. 그는 “왕궁임이 밝혀지고 유물이 출토될 경우, 피라미드의 실체를 파악하는 주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쿠푸 대 피라미드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속칭 ‘왕비의 방(묘실)’에 특수 제작한 로봇을 들여보내 내부를 탐험하는 점이 참신하고 흥미롭다. 최초의 시도다. 이 묘실에선 석관이 발견됐지만 시신이 들어있지 않아 왕비의 묘실로 추정만 할 뿐이다. 로봇엔 고감도 렌즈와 지하로 파들어갈수 있는 탐침레이더가 장착돼있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입구 쪽 일부는 일반의 관람이 가능하지만 묘실까지의 출입은 금지된 상태다.
외계인 우주선 착륙 장소 설, 식량 저장 창고 설, 파라오의 무덤 설 등 쿠푸 대 피라미드의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무덤일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왕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이것 역시 가능성일 따름이다.
이번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시도가 4500여년동안 쿠푸 대피라미드를 덮고 있던 베일을 과연 벗겨낼 수 있을까. 전세계 고고학계와 역사학계는 9월17일을 기다리고 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