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지는 법부터 가르쳐라’ 펴낸 박영숙 회장

  • 입력 2002년 8월 15일 18시 31분


‘21세기의 진정한 승리자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에게 먼저 지는 연습부터 시켜라’.

모든 점에서 내 아이가 ‘최고’이기를 바라는 한국의 부모들이 들으면 기절 초풍할 얘기다.

하지만 한국수양부모협회 박영숙 회장(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사진)은 ‘질 줄 아는 아이로 키워라’는 독특한 자녀교육론을 역설한다. 지는 법이란 더불어 사는 법을 뜻한다. 자기 생각만 하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변화하는 세상에 맞는 새로운 생존전략이자, 승리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

외동아들(15)을 키우면서 13명의 수양자녀를 길러낸 그는 이같은 자녀교육론을 담아 ‘승리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지는 법부터 가르쳐라’(중앙M&B)를 펴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임시로 맡아 키워주는 수양부모운동을 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육아법이 담긴 책이다.

“부모가 떠받들며 키워 이기는 법만 배운 공주와 왕자들은 사회에 나가 쉽게 좌절하고 탈락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자생력이 없는 것이죠. 사소한 실패와 스트레스를 딛고 일어서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에 위기 상황을 이겨낼 ‘내성’을 기르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는 연습을 한 아이들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항상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만 진정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질래야 질 상대가 없는 아이들, 외동아이들은 훨씬 불리하다. 그 역시 외동아이를 키우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아이를 돌봐주는 아주머니가 아이 뜻을 다 받아주다 보니 버릇없고 이기적인 왕자가 되었다는 것. 그러던 아이는 여러 수양형제를 맞아 부대끼면서 의젓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는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아이는 사랑으로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 키운다는 외국인들의 생각에 동의하게 됐다. 그가 중요하게 강조하는 육아원칙이 또 하나 있다. ‘뭐든 아이가 결정하게 하라’는 것.

“외국에선 ‘양말 뭐 신을까’ ‘옷 뭐 입을까’ ‘숙제 어떻게 해’ 등 엄마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는 보기 힘들죠. 네 살 정도의 자녀를 둔 미국 엄마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바로 ‘네가 결정해(You Decide)’거든요. 엄마가 뭐든 다 보살펴주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의 판단력, 결정하는 능력을 말살시킨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이 책의 인세 전액은 수양아동을 위한 후원에 쓰인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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