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라파엘로 산치니의 '쿠퍼의 성모' (우)기올리니 로마노의 '아기를 안은 성모 마리아와 산 지오바니노' 동아일보 자료사진
뉴스서비스 MSNBC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라파엘로의 제자인 기울리오 로마노의 유화 작품을 분석한 결과 라파엘로가 작품 제작에 관여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적외선으로 두꺼운 물감 밑에 숨어있는 스케치까지 꿰뚫어보는 첨단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화제의 작품은 로마의 보르기스 미술관이 소장한 로마노의 작품 ‘아기를 안은 성모 마리아와 산 지오바니노’. 로마노는 라파엘로가 가장 아끼는 문하생이었다.
그의 작품스타일은 라파엘로와 워낙 비슷했는데 특히 ‘아기를 안은…’를 놓고 미술 전문가들은 부분적이라도 라파엘로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이번에 적외선 감식을 실시한 결과 이런 의심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로마 박물관 협회의 클라우디오 스트리나티 회장은 “적외선 카메라에 드러난 유화물감 밑의 스케치가 영국 옥스퍼드 애시몰린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라파엘로의 스케치와 사실상 똑같다”고 밝혔다. 그는 “그림의 기획의도와 인물 배치 등이 라파엘로의 솜씨가 틀림없으며 라파엘로가 그림 일부를 직접 그렸거나 제작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의 고전적 예술을 완성한 3대 천재 예술가로 평가받는 인물. 그의 대표작으로는 ‘토마소 잉기라미의 초상’ ‘레오 10세기의 초상’ ‘그리스도의 변모’ 등이 손꼽힌다.
그는 생전에 많은 문하생을 두었다. 제자들은 라파엘로의 스타일을 따를 것을 맹세했고, 스승이 숨진 뒤에도 일부 사람들은 계속 스승의 화풍을 본따 그림을 그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라파엘로 작품의 진품 여부를 가리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술전문가들은 “적외선 감식기술 덕분에 앞으로는 명화의 가치를 더욱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