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김승수 교수(신문방송학)가 방송위원회가 발간하는 ‘방송 21’ 8월호에 게재한 ‘IMF이후 5년간 방송사 경영 진단-지상파 방송사’에 따르면 외환 위기가 발생한 97년부터 2001년까지 방송 3사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92.2%∼87.1%로 나타났다. 반면 경인방송(iTV)을 포함해 11개 지역민방의 점유율은 한자릿수(4.9%∼8.9%)에 그쳤다.
2001년 방송 3사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87.1%였으며 MBC가 39.5%로 가장 높고 KBS2 26.6%, SBS 21%로 집계됐다.
방송 3사는 또 외환위기를 맞아 감량 경영을 선언했으나 ‘고비용 저효율’의 경영 구조는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3사들의 2001년 매출액은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이었으나 당기 순이익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KBS는 2000년 당기 순이익은 1002억원이었지만 2001년에는 228억원으로 무려 76%나 감소했다. MBC와 SBS도 각각 58%와 25%가 하락했다.
이들 방송사의 2001년 매출액은 KBS가 1조936억원, MBC가 5922억원(지방 계열사 제외), SBS가 4872억원이었으며 당기 순이익은 SBS가 51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MBC(294억원)와 KBS(228억원)가 뒤를 이었다.
특히 방송 3사의 1인당 평균 인건비가 8300만원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다른 매체와 비교해볼 때 국내 방송사의 과다한 인건비가 재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시청률 경쟁에 따른 드라마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고비용 프로그램의 증가와 뉴미디어 채널 투자 확대 등이 방송사 불건전 수익 구조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논문은 또 방송사들이 뉴미디어 채널 확보 등 미디어 패권 장악에 몰두하고 있지만 독립 프로덕션 육성을 위한 외주제작 환경 개선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2001년 방송 3사의 외주 프로그램 편성비율은 총 편성의 30%에 가까운 반면 외주제작비는 총 제작비의 11∼12.9%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시청률 경쟁을 통한 광고 시장의 장악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미디어 패권(覇權)’ 경쟁이 한국 방송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들의 방송 광고 독과점 양상을 감안하면 가상 광고 등 광고량을 늘리기보다 방송사의 방만한 경영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송 3사 관계자들은 “방송사가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드라마 등 오락 프로에 매달려 고비용의 프로그램 제작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광고시장의 독과점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 경쟁 원리에 맡겨야 하며 뉴미디어에 대한 투자 또한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