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승리였다. 마지막 5국, 단판 승부로 타이틀 향방이 결정되는 절박한 순간에서 이창호 9단은 뜻밖에도 초반 정석 과정에서 신수를 구사하며 과감한 중앙 대세력 작전을 들고 나오는 기백을 보였다. 이세돌 3단의 기풍은 먼저 최대한 실리를 빨아들인 뒤 능기인 백병전을 벌여 상대의 집을 깨는 것이 특기.
그러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고 했다.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진다고, 지나친 실리 밝힘증이 문제였다.
<장면도> 백1로 중앙을 최대한 부풀렸을 때 흑2ㆍ4로 바깥에서부터 백진을 견제한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이 긴박한 승부의 기로에서 돌연 손을 돌려 흑6ㆍ8로 하변 집을 챙긴 수순. 백9로 끊기자 가뜩이나 눈덩이처럼 부풀려진 중앙 백진이 그대로 집으로 굳어지고 있다.
<참고도>처럼 흑1로 호구자리에 두어 다음 A의 중앙 견제와 B의 상변 확장을 맞보아 나쁘지 않은 바둑이었다. 이 3단은 <장면도> 백9가 온 다음에라도 흑10으로 뛰어들어가 깨면 그만이라는 계산이었지만, 백9의 끊음이 있고 없고는 이후 힘씀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319수 끝, 백 3집반 승.
<정용진/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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