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6500만명 인구를 가진 중국 속에 ‘한자(漢字)’가 있다. 중국 고유의 문자이면서 일본 베트남 등 주변국가에서 사용하는 문자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오랜 전부터 한글 전용론과 한자 혼용론이 팽팽하게 엇갈려 왔다. 사실 중국에서도 한자는 이미 진 시황제 때부터 쓰기 어렵고, 독음을 알 수 없으며, 글자 수가 너무 많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중국 발전을 저해한 원흉이며 가장 먼저 청산돼야 할 구시대 유산으로 인식되던 한자는, 그러나 여전히 힘이 세다. 최근 중국어는 영어의 뒤를 이어 세계 공용어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에 진출하려는 세계의 무역상들은 중국어 공부에 매달려야 한다.
스웨덴 출신의 저자는 1961년부터 2년간 중국 베이징(北京)대에서 중국어를 배웠고, 이후 음대에서 칠현금을 익혔을 정도로 ‘차이나 마니아’였다. 그는 15년간 상형한자를 연구하면서 최초의 형상들이 수천년 동안 하나의 원형으로 계속 반복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오늘날 중국의 예술 일상생활 등에서도 과거의 문자를 인식, 재현하고 있다는 것.
이 책은 한자의 기원과 변화과정에 중국 문화사를 곁들이며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갑골문(甲骨文)과 금문(金文)을 통해 한자의 뿌리찾기에 나선다. 사람(人) 둘이 좇고 있는 모습은 ‘…을 좇다’라는 종(從)이 되고, 나란히 서면 비(比)가 되며, 서로 돌아서면 배(北)가 되는 식의 조합으로 풀어냈다. 인형 탁본 청동도끼 장식물 등 다양한 사진과 그림으로 한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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