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스테디셀러]'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입력 2002년 8월 23일 17시 44분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바스콘셀로스 지음 / 226쪽 5000원 소담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도 순수를 잃지 않는 동심. 나무와 대화를 나누는 아이. 성장소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가 그렇다.

브라질의 국민 작가 바스콘셀로스(1920∼1983)가 1968년 발표한 이 작품은 브라질 초등학교 강독 교재로 사용됐고 미국 유럽 등에서도 널리 번역,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1978년 발간됐지만 처음엔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브라질의 삼바 파티나 축구에 비해 문학작품은 우리 독자들에게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소리소문도 없이 ‘제제’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나무’는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고 지금까지 300만부 이상 팔렸다. 소담 한림원 꿈동산 두산동아 등 20여개 출판사들이 이 작품을 중복 출간했는데 1989년에는 이희재씨가 만화로 선보여 어린이들의 필독서가 되기도 했다.

소담 출판사 측은 “1990년 초판 발매 이후 지금까지 2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고 매달 1만부 이상 주문이 들어온다”며 “친근감 있는 제목과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제제는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소년. 누나에게 대들고 아버지를 위로한답시고 선정적인 가요를 부르다 매를 맞는 장난꾸러기다. 그러나 마음 씀씀이 만큼은 성숙하다. 선생님이 배고픔을 견디라고 건네준 돈으로 더 가난한 흑인 친구와 빵을 나눠먹고, 우울한 엄마에게 ‘슬플 때는 서로 아주 세게 껴안으면 심장이 다시 따뜻해지는 법’이라고 다독여준다. 제제는 라임오렌지나무와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자란다.

하지만 그는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자동차 운전사 뽀루뚜가 아저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한없는 슬픔을 경험하면서 나무를 자른다. 해맑은 상상의 세계에서 고통스런 현실세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나무’는 제제가 이미 동심의 나무를 잘라버린 일을 되새기면서 끝을 맺는다. ‘어른이 되더라도 순수한 동심과 소중한 가족을 잊어선 안 된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주면서….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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