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하고 겸손한 시골 수의사 제임스 헤리엇. 그는 평생을 영국 요크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이 만난 순박한 농부들과 순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책들을 썼다. 그의 책들은 26개국 언어로 번역돼 30년 동안 전 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수의사 헤리엇이 만난 사람과 동물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도 저자의 삶과 체험을 담아낸 책들 중 하나다. 수의사로서 좌충우돌 고생은 하지만 수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보람과 삶의 행복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헤리엇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애정 어린 수의사인 그의 눈에는 양 한 마리, 돼지 한 마리도 저마다 사연과 감정을 지닌 소중한 생명체로 비쳐진다. 그런 따스한 눈길이 있기에 말 못하는 존재라고 하찮게 취급됐던 소 말 돼지 등 가축을 인간과 흡사한 감정을 지닌, 개성 넘치는 존재로 그려낼 수 있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도 우리네 이웃처럼 정겹다. 평소에는 얌전하다가 술을 마시면 새벽까지 노래를 불러 주변 사람들을 잠 못 들게 하는 해럴드 영감님을 비롯한 시골 사람들의 사연은 유쾌한 웃음과 찡한 감동을 전해준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있는 그대로의 사건과 일화를 과장없이 진솔하게 담아낸 책이어서 감동의 여운이 더욱 길게 남는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