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비디오로 '복음'전하는 파란눈의 임인덕 신부

  • 입력 2002년 8월 23일 17시 58분


독일인 임인덕신부(67·베네딕도미디어 대표·사진)는 신도들에게 영화와 비디오로 ‘복음’을 전하는 ‘미디어신부’로 유명하다. 그는 대중적 인기는 없지만 수준 높은 시각과 가치관을 갖게 해 주는 거장들의 작품을 엄선해 국내에 보급하는 일은 10년째 해 왔다. 작품 선정부터 판권계약 번역 팜플렛 제작까지 모두 그의 혼자 몫이다.

1993년부터 그가 국내에 들여온 작품은 잉마르 베리만의 ‘겨울빛’ 침묵’,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거울’ ‘잠입자’, 크지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10계’ 등 모두 40여편. 97년에는 타계 전 테레사 수녀의 인터뷰를 담은 비디오를 벨기에인 친구 바우어감독으로부터 받아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화뿐 아니라 외국 방송에 소개된 다큐멘터리 등의 비디오도 소개하고 있다. 그가 7월 들여온 ‘그리스도 2000년’(2000 Jahre Christentum)은 독일 ZDF방송에서 최근 방영한 12부작 다큐멘터리. 임신부는 “이 다큐멘터리는 가톨릭과 기독교가 공동으로 제작한, 기독교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명작”으로 꼽는다.

그가 들여온 영화·비디오를 판매하는 베네딕도 미디어(www.benedictmedia.co.kr)는 그동안 작품성 높은 영화를 찾는 마니아들의 단골집이 됐다.

임인덕신부의 독일 이름은 하인리히 세바스티안 로틀러(Heinrich Sebastian Rhotler). 뮌헨대학에서 종교학 영화학 심리학 철학을 전공했으며 66년 서울에 와서 2년 동안 한국말을 익혔다. 이후 명작 영화의 스틸사진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다니며 선교를 하다가 71∼93년 분도출판사 책임자로 일했다.

출판사 일을 하는 동안 그는 400여편의 해외 저술을 번역 출간했다. 구티에레스의 ‘해방신학’을 비롯해 교부학시리즈 등 신학서적을 출간했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 ‘꽃들에게 희망을’ 등 스테디 셀러도 번역했다.

87년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3년 동안 병에 누워 있으면서도 그는 자신의 소명을 잊지 않았다. 지팡이를 짚고 일어선 지 얼마 안 돼 새로운 분야인 영화·비디오 소개에 뛰어들었다.

대중성이 없는 작품들만 골라 소개하다 보니 베네딕도미디어의 수익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98년 외환위기 이후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현재는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할 정도다.

임신부는 그러나 “복음을 전하는 일은 곧 사람들에게 깨끗한 마음을 심어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전하는 일이다. 폭력영화에 젖어 사는 어린 친구들이 깨끗한 영화를 좋아하도록 돕는 게 내 사명”이라고 다짐한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