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전국선원 하안거 해제…3개월만에 山門밖으로

  • 입력 2002년 8월 23일 17시 58분


23일 하안거 해제를 앞두고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스님들이 좌선(坐禪)하고 있다.사진제공 조계사

23일 하안거 해제를 앞두고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스님들이 좌선(坐禪)하고 있다.사진제공 조계사

5월 26일 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간 스님들이 23일 수행을 마치고 다시 중생 속으로 만행(萬行)을 떠났다. 3개월 동안 외부와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몰두한 스님들이 세속으로 나온 것이다. 전국선원수좌회가 하안거 해제를 앞두고 발간한 ‘임오년 하안거 선사 방암록’에 따르면 이번 하안거 기간동안 전국 선원 89곳에서 스님 2145명이 정진했다.

하안거란 음력 4월 15일∼7월 15일 3개월 간 한 곳에 머물며 좌선과 수행에 전념하는 의식. 음력 10월 15일∼다음해 1월 15일까지는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매년 전국 80여 개 선방(禪房·참선하는 방)을 지정해 스님들의 신청을 받아 하안거를 실시한다. 지정된 선방 이외에도 토굴이나 일반사찰에서도 스님들은 이 기간동안 수행에 매진한다.

각 총림 방장들은 하안거 해제 때 만행을 떠나는 스님들에게 ‘당부의 말씀’격인 ‘하안거 해제법어’를 발표하는데, 이는 일반인도 가슴에 새겨둘 만 한다.

다음은 조계종 종정인 해인총림 방장 법전스님의 해제법어 중 일부.

취암영참(翠巖令參)선사께서 하안거 해제날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안거가 시작된 이후로 여러분을 위해 서툰 법문을 늘어 놓았는데 그래도 이 취암의 눈썹이 남아 있습니까?” (중국 속설에 거짓말을 하면 눈썹이 다 빠져버린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듣고서 종전보복(從展保福)스님이 말했습니다.

“도둑질하는 놈은 늘 근심이지.”

그러자 장경혜릉(長慶慧稜)스님이 말했습니다.

“눈썹이 남지 않기는 커녕 자꾸 자라고 있군.”

이에 운문문언(雲門文偃)스님이 덧붙였습니다.

“관(關)이라! 관문이다.”

법전스님은 “선사들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뜻은 결코 그 곳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운문 장경 보복스님은 취암스님의 수행경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디마디 얽힌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벗어날 방법을 갖추고 있었고 이 같은 법담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법전스님은 “눈 밝은 납자(衲子·스님)라면 하안거 해제를 하여 만행중이라 할지라도 하늘과 땅을 비추어볼 수 있는 솜씨가 있어 그 자리에서 사방 팔방으로 영롱할 것”이라고 기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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