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거란 음력 4월 15일∼7월 15일 3개월 간 한 곳에 머물며 좌선과 수행에 전념하는 의식. 음력 10월 15일∼다음해 1월 15일까지는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매년 전국 80여 개 선방(禪房·참선하는 방)을 지정해 스님들의 신청을 받아 하안거를 실시한다. 지정된 선방 이외에도 토굴이나 일반사찰에서도 스님들은 이 기간동안 수행에 매진한다.
각 총림 방장들은 하안거 해제 때 만행을 떠나는 스님들에게 ‘당부의 말씀’격인 ‘하안거 해제법어’를 발표하는데, 이는 일반인도 가슴에 새겨둘 만 한다.
다음은 조계종 종정인 해인총림 방장 법전스님의 해제법어 중 일부.
취암영참(翠巖令參)선사께서 하안거 해제날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안거가 시작된 이후로 여러분을 위해 서툰 법문을 늘어 놓았는데 그래도 이 취암의 눈썹이 남아 있습니까?” (중국 속설에 거짓말을 하면 눈썹이 다 빠져버린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듣고서 종전보복(從展保福)스님이 말했습니다.
“도둑질하는 놈은 늘 근심이지.”
그러자 장경혜릉(長慶慧稜)스님이 말했습니다.
“눈썹이 남지 않기는 커녕 자꾸 자라고 있군.”
이에 운문문언(雲門文偃)스님이 덧붙였습니다.
“관(關)이라! 관문이다.”
법전스님은 “선사들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뜻은 결코 그 곳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운문 장경 보복스님은 취암스님의 수행경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디마디 얽힌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벗어날 방법을 갖추고 있었고 이 같은 법담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법전스님은 “눈 밝은 납자(衲子·스님)라면 하안거 해제를 하여 만행중이라 할지라도 하늘과 땅을 비추어볼 수 있는 솜씨가 있어 그 자리에서 사방 팔방으로 영롱할 것”이라고 기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