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연은 그런 사람이다. 약속이 잊혀지지 않는 모양이다.
25년째 재즈클럽 ‘야누스’를 이끌며 한국 재즈의 터전을 지켜내는 뚝심도 마찬가지다. ‘야누스’는 78년 신촌에서 문을 연 뒤 대학로 등을 거쳐 지금은 서울 청담동에 있다. 돈벌이가 안되는 ‘야누스’가 해외 재즈 뮤지션에게 명소가 된 것도 그 덕분이다. 그는 한국 재즈의 대모로 불린다.
박성연이 오랜만에 ‘야누스’밖의 무대에서 노래한다. 무대는 9월3, 4일 오후 8시 서울 호암아트홀. 99년초 같은 곳에서 공연한 지 3년만이다.
“오랜만의 나들이이지만 공백을 전혀 못 느낍니다. 2년전부터 구상하고 준비하다보니 금세 공연일이 다가왔어요.”
공연은 박성연과 재즈 후배들이 함께 벌이는 작은 축제다. 양준호 트리오를 중심으로 이주한 최선배(이상 트럼펫) 이정식 이동기 신동진(이상 색소폰) 신관웅(피아노) 김현준 정정배(퍼커션) 방병조(기타) 등이 참가한다. 모두 박성연으로부터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재즈의 세례를 받은 이들이다. 가수 이은미도 무대에 선다. 이은미는 “재즈 보컬에 대한 박성연씨의 쉼없는 열정은 후배들의 귀감”이라고 말했다.
박성연씨는 이화여고를 졸업한 뒤 미 8군 무대에 스윙 재즈곡 ‘저스트 인 타임’으로 응모했다가 청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그게 재즈 인생의 출발점이었고 결혼도 재즈와 했다.
그는 흔히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로 불린다. 그러나 재즈 평론가 김현준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표현은 말 붙이기 좋아하는 이들의 피상적인 관찰일 뿐이다. 박성연은 이 세상에 존재했던 그 어떤 보컬리스트와도 다른 음성과 감성을 지녔다. 바로 그런 스타일의 창조가 음악적으로 박성연이 이룬 가장 큰 업적이 아닌가.”
이번 공연은 박성연과 더불어 양준호 트리오가 무대를 변화무쌍하게 꾸민다. 재즈의 본질이 즉흥미와 자유이듯, 공연도 그렇게 전개된다.
레퍼토리는 자작곡 ‘물안개’를 비롯해 ‘이매진(Imagine)’ ‘All of Me’ ‘Mack The Knife’ 등 20여곡. 이은미와는 듀엣으로 ‘It Don’t Mean a Thing’을 부른다. 공연 티켓은 3만, 5만원. 02-762-7304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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