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프린지 축제가 한창이던 16일 에든버러 시내에서 생선튀김집을 운영하는 베네스 씨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 연합왕국의 하나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는 중세시대에 건축한 색바랜 건물로 가득하다. 축제를 취재하면서 ‘왜 새 건물은 눈에 띄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이곳 주민과 상인들은 오히려 “고풍스러움이 아름답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특이한 점은 중세 건물 속에 현대가 공존한다는 점. 거대한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한 성 마가릿 에든버러 성당에 들어서니 자동문이 열리고 인터넷룸과 카페가 보였다. 다른 건물도 마찬가지. 내부와 1층은 개조하면서 18세기 영국 연합왕국이 만들어졌을 당시의 외형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초록빛으로 변색한 웰링턴 동상과 편도 1차선의 비좁은 도로도 그대로 남아있다. 에든버러 시민들이 옛 것에 대한 애정을 몸소 실천한 결과인 셈이다.
13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고색창연한 도시를 돌아보며 반만년 역사의 한국이 떠오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600년 도읍지 서울만 해도 그렇다. 온통 초고층 빌딩 숲에 그나마 남아있는 경복궁 덕수궁 남대문 등 옛 궁궐은 담장에 가려져 격리수용돼 있다.
땅만 생기면 파헤치고 새 건물을 짓는 한국. 끊임없이 옛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면서 전통과 현대를 공존시키는 영국.
삼국시대 도로를 걸어, 고려 시대 건축물에서 커피를 마시고, 조선 시대 궁궐에서 전시를 보는 꿈을 꾸어본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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