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싫은 사람속에 내가 보인다

  • 입력 2002년 8월 29일 16시 06분


대학 졸업 후 거의 3년 동안 취직을 못해 애태우던 이모씨. 결국 아버지의 도움으로 한 중소기업에 입사를 하게 됐다. 그러나 그의 첫 직장생활은 처음부터 그다지 순조롭지 못했다. 자주 지각을 했고, 업무 처리도 산뜻하지 못했다. 중요한 과정을 한두 가지씩 빠뜨려 팀장의 지적을 받곤 하는 식이었다. 팀장과의 관계는 나날이 나빠졌다.

그는 팀장을 가리켜 ‘한마디로 마음으로부터 싫어지는 사람’이란 표현을 썼다. 팀장은 완벽주의에 독선적인 타입이었다. 특히 누가 자기 말을 따르지 않으면 굉장히 화를 냈다. 당연히 부하직원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너 지금 나하고 기싸움하자는 거냐?”

팀장이 어느 날 그에게 했다는 말이다. 팀장은 그의 좋지 않은 태도를, 사장 ‘빽’으로 입사한 신출내기가 잘난 체하는 걸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씨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그는 그 상사와 자신의 아버지를 동일시했다. 평소 자기 인생을 좌지우지해 온 아버지와 그 팀장이 공교롭게 같은 성격 유형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그의 무의식에는 아버지를 향한 분노가 많았다. 그러면서도 제 힘으로 취직자리 하나 구하지 못해 또다시 아버지에게 의존해 겨우 들어간 회사에서 아버지와 같은 유형의 상사를 만났으니 적응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상사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부하직원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와의 관계나 형제와의 관계를 회사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기 부모,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권위적인 존재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 속으로 그 분노감을 숨기고 있지만 정서적으로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앞서 예를 든 경우처럼 자기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자주 지각을 한다거나 업무처리를 느슨히 하는 걸로 적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형제나 자매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동료들과의 수평적 관계를 제대로 유지해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난다.

그러므로 만약 어떤 형태로든 직장이나 사회에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자책하며 자괴감에 빠지기 전에 자신의 성장과정이나 가족관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대인관계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www.mind-open.co.kr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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