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전문의인 남편 최현철씨(39)가 97년 1월부터 2년반 동안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연수하는 데 동행했던 한씨는 귀국하자마자 두 딸의 교육 문제에 부닥쳤다. 만 2세가 되기 전 미국에 간 둘째딸 예윤은 미국의 프리스쿨(preschool·보육원)에 다니면서 영어를 익혀 집에서도 한국어 대신 영어로만 이야기했던 것. 귀국 후 예윤이는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 울기만 했다.
“언어도 언어지만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어했어요. 예를 들어 미국 유치원의 컴퓨터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서로 차례를 기다렸다가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한국에서는 새치기나 밀치기를 하는 아이들이 많은 거예요.”
귀국자녀들만 모인 어학원에 다닌 뒤 아이들은 금세 밝아졌다. 우선 교육환경이 미국 현지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학원의 친구들은 교사가 없어도 모든 대화를 영어로 했다. 예린과 예윤은 어학원 도서관에서 한 달에 20∼30권씩 영어동화책을 빌려와 읽어댔다.
한씨는 두 딸을 귀국자녀 전문어학원에 보내는 이유에 대해 “나중에라도 아이들이 유학하기를 원하면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한다고 해도 같은 나이의 미국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영어’는 미국 현지 교육을 받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렵거든요. 귀국자녀 전문 어학원에서는 미국 학교와 같은 교재로 해당 학년의 교과를 공부해요.”
두 딸은 한국 교육을 따라잡기 위해 역사, 수학, 단소 등 한국의 보통 아이들이 받고 있는 ‘과외’도 한다.
고양〓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