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모형관' 타협점 찾을까

  • 입력 2002년 8월 29일 18시 55분


올 4월 문화계를 뜨거운 논란으로 몰아넣었던 경주 석굴암 모형 전시관 건립 문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 문제가 또 다시 문화계의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국사는 모형 전시관 실시 설계를 마치고 경주시에 설계안을 제출했다. 이 안은 빠르면 9월중 문화재청으로 넘어가 문화재위원회의 재심의를 거치게 된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모형 전시관의 건립 위치 문제 혹은 건립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불국사와 문화재청은 석굴암에서 동남쪽으로 100여m 떨어진 곳에 지하 1층(108평), 지상 1층(351평) 규모의 모형 전시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2001년10월 문화재위원회 건조물 분과(1분과)의 심의를 통과했으나 올 4월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반론에 부닥쳤다.

석굴암 본체에서 불과 1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전시관을 짓는 것은 석굴암의 경관 훼손이라는 비판이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화재청은 여론을 수렴한 뒤 다시 최종 결정하기로 한 채 문제를 일단 봉합해놓았다.

초미의 관심사는 논란의 핵심인 전시관의 위치 문제. 문화재위원회가 과연 불국사의 설계안을 받아들여 원래 예정된 위치로 통과시킬 것인지, 아니면 불국사측에 위치 변경을 요구할 것인지 여부.

현재로선 모형 전시관은 짓되 장소를 옮기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석굴암 토함산 훼손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위원장인 이상해 성균관대교수(한국건축사)는 “모형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위치에 짓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위치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 문화재 전문가들은 석굴암에서 1.5㎞쯤 떨어진 일주문 밖이나 불국사 근처에 짓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위치를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기 때문에 설계안이 넘어오면 위치를 다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 지역의 한 불교 관계자 역시 “일주문 쪽에 모형관을 세우는 대안이 나온다면 수용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대타협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2001년10월처럼 문화재위원회 건조물분과 단독으로 이 사안을 심의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분과와 함께 전체 위원회를 열어 심의할 것인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지난 4월에는 한국 최고의 문화재인 석굴암 주변의 현상 변경을 건조물분과 심의만으로 승인한 것은 절차상의 오류라는 반론이 거셌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설계안이 넘어오면 전체 위원회를 열어 심의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문화재위원은 “전체 위원회를 여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경주박물관장을 지낸 강우방 이화여대교수(한국미술사)는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관련 전문가와 문화재위원을 비롯해 보존과학자들까지 포함하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는 별도로 석굴암 모형관을 짓는다면 화강암을 사용해 석굴암 실물의 모습과 분위기를 완벽하게 복원한다는 생각으로, 시간과 예산에 구애받지 말고 건립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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