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병국의원은 전국의 야외 문화재를 조사해 2일 이같은 사례를 발표했다. 정의원이 제시한 부실 시공과 사후 조치 미흡의 대표적 사례는 인천 강화군 전등사의 정족산 사고(史庫). 이 사고는 4억8100만원(국비 70%, 지방비 30%)의 예산을 들여 1999년 완공됐다. 정의원은 “외벽이 평탄하지 않고 건물 내부의 각 문은 그 크기와 물림이 맞지 않아 완전히 여닫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현판도 떨어져 나갔고 배수로 정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사고에 도서나 전시물이 전혀 없어 돈만 들어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것의 정의원의 주장.
우선 순위를 무시하고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예산을 낭비한 경우로는 경남 함안군의 사적 84호 도항리 고분군과 사적 85호 말산리 고분군이 꼽혔다. 문화재청과 함안군은 올해 16억원(국비 지방비 각 50%)의 예산을 들여 전시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의원은 “사적지 내 토지의 70% 이상이 개인땅이어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토지 매입이 우선인데도 전시관 건립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적 259호인 인천 강화 선원사지 발굴 사업은 정확한 고증도 없이 발굴을 진행해 예산 낭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확증도 없는 상황에서 사적지로 지정해놓고 1996년부터 2000년까지 4차례에 걸쳐 약 8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굴결과 보고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선원사지 위치가 다른 곳일 경우, 그간 소요된 예산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정의원은 현재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에 문화재 관리 및 보수인력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이 보존 관리에 참여하는 ‘국민 문화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