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원초적 몸짓으로 현실고발…실험극 2편 서울무대에

  • 입력 2002년 9월 3일 18시 22분


인간의 원초적인 몸짓을 선보이는 '테리토리'

인간의 원초적인 몸짓을 선보이는 '테리토리'

‘몸으로 말하는’ 세계적인 작품 2편이 한국에 온다.

일본 최고의 실험극단 ‘스토어하우스 컴퍼니’의 최신작 ‘테리토리’(14∼15일 학전블루소극장)와 이스라엘의 국보급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이끄는 ‘바체바 댄스 컴퍼니’의 ‘데카당스’(27∼29일 LG아트센터)가 화제의 공연들. 장르를 따지자면 각각 비언어극과 무용에 속하지만 ‘육체로 다양한 감정을 표출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육체의 원초적 표현-테리토리

이 작품은 물질과 인간의 대립과 어울림을 다루고 있다. 지난해 9월11일 미국의 심장부를 관통한 비행기와 건물 잔해를 상징하는 쓰레기 더미가 이 작품의 무대장치로 활용된다. 비닐, 종이, 낡은 옷 등이 여기 저기 널린 상황에서 거의 ‘태초의 모습’ 대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걷고 쓰러지고 구른다. 전쟁 속에 몸부림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

연출가 기무라 신고는 “희곡에 의존하지 않고 배우와 무대장치의 끊임없는 운동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며 “배우들이 극 말미에 비닐을 찢고 나오는 행위는 새롭게 태어나는 해방된 육체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제5회 ‘변방 연극제’ 개막작이기도 하다. 오후 4시반 7시반. 8000∼1만2000원. 02-762-0010.

■클래식과 록 속의 강렬함-데카당스

히브리어로 ‘10’을 의미하는 ‘데카’에서 제목을 따온 작품. ‘데카당스’는 오하드 나하린이 1985년부터 1999년까지 발표했던 ‘블랙 밀크’ ‘파소메조’ ‘사보타지 베이비’ ‘모세’ 등 대표작들을 묶은 것. 클래식과 펑크록을 넘나드는 음악과 무용수의 정열적인 몸놀림이 파격적인 조화를 이룬다.

검은 유대교 복장의 무용수들이 군대식 속옷만 남기고 옷을 벗어 던지는 장면은 이스라엘의 정치와 종교에 대한 비판과 풍자의식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종교적인 성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살상을 일삼는 이스라엘의 현실상황을 꼬집는 것. 공연 중간에 관객을 무대에 불러올려 함께 춤을 추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한다. 풍부한 유머와 강렬한 시각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하드 나하린은 미국 현대무용의 대모로 불리는 마사 그레이엄으로부터 ‘천부적인 무용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1990년 ‘바체바 댄스 컴퍼니’ 예술감독을 맡아 세계 정상급 현대 무용단으로 끌어올렸다. 금 오후 8시, 주말 오후 6시. 2만∼6만원. 02-2005-0114.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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