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39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참석, 방송의 역할과 사명에 깊은 존경과 신뢰를 표시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재임 이후 한국이 발전일로에 있음을 상기시키며 “월드컵 4강의 나라가 경제 4강이 되고 문화 4강이 되는 국가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방송인들이 다시 한번 선두 역할을 해줘야겠다”고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앞서 KBS와 MBC가 마련한 수재민 돕기 모금 행사에도 이희호(李姬鎬)여사와 나란히 참석, 성금을 전달하며 수재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건강 탓인 듯 ‘사라호 이후 최대 태풍 피해’를 입은 수재현장을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다.
1998년 4월 신문의 날 기념리셉션에서 김 대통령이 신문인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이와는 사뭇 달랐다.
“찬양 일색 보다는 우정있는 비판이 중요하다. 잘한 것만 골라서 잘 했다고 칭찬하지 않아도 좋다. …지금은 잘한 것만 잘했다고 써서는 안된다. 우정있는 비판을 하고, 잘못하면 충고를 해야한다.”
신문과는 다른 대통령의 방송에 대한 신뢰와 ‘편애’를 지켜보면서 미국 언론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벤 브래들리 워싱턴 포스트지 부사장이 한 말이 문득 떠올랐다.
“만약 언론과 정부 사이가 너무 좋게 진행된다면, 그 순간 뭔가 크게 잘못된 일이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언론과 정부의 긴장관계는 필요(necessary)하다기보다 불가피(inevitable)하다.”
김대중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권과 밀월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한국 방송의 생일잔치를 마음 속으로 축하할 수 없는 진정한 이유다.
김수경기자 문화부 sk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