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수경/대통령의 방송편애

  • 입력 2002년 9월 3일 18시 22분


“모든 국민은 방송을 통해 국내외 정세가 돌아가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 방송을 통해서 교양, 오락, 생활정보 등을 얻고 있다. 방송은 국민에게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지금 태풍 피해, 혹은 홍수 이런 재난을 겪고 있다. 방송이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들 지금 느낀 바와 같은 국가에 대한 걱정이나 이재민에 대한 동정, 슬픔을 갖기 어렵다. ”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39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참석, 방송의 역할과 사명에 깊은 존경과 신뢰를 표시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재임 이후 한국이 발전일로에 있음을 상기시키며 “월드컵 4강의 나라가 경제 4강이 되고 문화 4강이 되는 국가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방송인들이 다시 한번 선두 역할을 해줘야겠다”고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앞서 KBS와 MBC가 마련한 수재민 돕기 모금 행사에도 이희호(李姬鎬)여사와 나란히 참석, 성금을 전달하며 수재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건강 탓인 듯 ‘사라호 이후 최대 태풍 피해’를 입은 수재현장을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다.

1998년 4월 신문의 날 기념리셉션에서 김 대통령이 신문인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이와는 사뭇 달랐다.

“찬양 일색 보다는 우정있는 비판이 중요하다. 잘한 것만 골라서 잘 했다고 칭찬하지 않아도 좋다. …지금은 잘한 것만 잘했다고 써서는 안된다. 우정있는 비판을 하고, 잘못하면 충고를 해야한다.”

신문과는 다른 대통령의 방송에 대한 신뢰와 ‘편애’를 지켜보면서 미국 언론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벤 브래들리 워싱턴 포스트지 부사장이 한 말이 문득 떠올랐다.

“만약 언론과 정부 사이가 너무 좋게 진행된다면, 그 순간 뭔가 크게 잘못된 일이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언론과 정부의 긴장관계는 필요(necessary)하다기보다 불가피(inevitable)하다.”

김대중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권과 밀월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한국 방송의 생일잔치를 마음 속으로 축하할 수 없는 진정한 이유다.

김수경기자 문화부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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