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그저 먼나라 일처럼 팔짱끼고 방관해서는 안된다고 옷깃을 잡아 끄는 이 사람.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배찬복 교수가 최근 ‘풀어쓰는 정치학’(한국학술정보)을 펴냈다.
‘풀어쓰는…’은 다양한 정치현상을 쟁점별로 묶고 이야기식으로 접근함으로써 딱딱한 ‘정치학’을 보다 유연하게 요리했다. 정치란 과연 무엇인지부터 왜 한국정치가 이 모양이 됐을지에 대한 분석을 비롯해 대통령중심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을 이를 채택한 각국의 상황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현실의 복잡한 문제는 그의 이론적인 틀로 조목조목 해체된다.
배 교수는 ‘정치학’이 곧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과 맥이 닿는다고 설명한다.
“그 질문을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곧 ‘어떻게 살도록 판이 짜여져 있는가’ ‘어떻게 제도화돼 있는가’가 아니겠어요. 대중이 국가 경영을 위한 원칙과 잣대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은 알아야 합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인간사회에 ‘정치’가 필요해졌다. 그는 “정치는 분배의 문제, 즉 먹거리 재산 자리(권력)를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가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성원들의 이해와 합의를 얻어내는 국가경영 방식이 민주주의라는 것.
“민주주의는 국민대중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정치입니다. 정치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연히 민주주의지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습니까? 권위주의적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사례는 너무나 많습니다. 국민들이 먼저 똑똑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정당한 몫을 국가에 당당히 요구하지요.”
그는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분명히 잘못하고 있다”고 소리높여 비판한다. 서로의 잘못을 파헤치지 않고 감춰주면서, 타협이 아니라 상생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행태는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배 교수는 말했다.
“우리나라는 잘 짜여진 시스템보다는 (하루에도 수백번씩 마음이 바뀌는) ‘사람’이 국가를 경영하기 때문에 부패가 끊이지 않는 겁니다. 최고권력자 주변에 이익을 독식하려는 아첨꾼들이 몰려들기 일쑤고, 이로 인해 최고권력자와 대중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것이지요. 지도자가 실제 여론을 알지 못해 국민의 생각과 다른 정책 결정이 이뤄지게 됩니다. 결국 모든 부담은 국민이 떠 안게 됩니다.”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모든 혁명은 시민들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근대 시민 혁명도 계몽주의자들에 의해 의식이 성숙된 대중이, 권력을 쥔 자들에게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도록 요구한 것이지요. 불안과 소외가 없는 ‘앞이 보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 됩니다. 정치에 환멸을 느껴 무관심한 채 있기 보다는 우리가 바꿔 나가야죠, 조금씩.”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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