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학계와 신용카드회사 및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한국신용카드학회를 창립하고 1억2000만장 시대의 신용카드사회를 논의했다. 왼쪽부터 이명식 김문환 최현자 교수.권주훈기자 kjh@donga.com
6일 오후 2시반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법학, 경영학, 소비경제학 등 관련 학자와 카드회사 및 정부 관계자 200여 명이 모여 ‘한국신용카드학회(www.creditcard.re.kr)’ 창립총회와 기념세미나를 갖고 ‘건전한’ 신용카드사회의 미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구상에 ‘신용카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갑오경장이 일어났던 1894년. 미국의 ‘호텔 크레디트 레터 컴퍼니’에서 처음 만든 이 제도는 1969년 신세계백화점이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신용카드 사용 30여 년만에 신용카드를 통한 지출은 가계소비의 34%. 이는 신용카드의 모국인 미국의 17%에 비해 두 배에 달한다.
초대 회장을 맡은 김문환 교수(국민대·상법)는 “신용카드의 숫자나 사용비율에 비해 신용카드의 기능과 그 의미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형편”이라며 “신용카드 제도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민들이 신용카드를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는 신용사회를 이룩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학회의 창립 취지를 밝혔다.
신용카드거래는 카드발행회사, 가맹점, 카드소지인 등 세 당사자간의 조화와 협력 위에서 이뤄지는 법률관계인 동시에 이를 아우르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그래서 창립발기인에도 숙명여대 문정숙(소비경제학), 한국외국어대 이은영(법학), 상명대 이명식(경영학), 서울대 최현자(소비경제학) 교수, 강기원 손경한 조대연 변호사, 변양호 재경부 국장, 유종섭 여신금융협회 회장, 조용국 전 삼호물산 사장 등 각계의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인의 카드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국세청이 1999년 영수증복권제와 2000년 카드 사용에 대한 세금공제혜택을 부여하면서부터. 신용카드 과열의 가장 큰 수혜자도 정보화시대의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를 표방하며 결과적으로 이런 과열을 주도한 정부다.
정부는 신용카드를 통해 2000년에는 2조원, 2001년에는 6조원을 세금으로 더 거둬들였다. 김 회장은 “신용카드 과열의 혜택은 신용카드회사보다 오히려 국세청이 누린 만큼 정부는 거둬들인 세금의 절반 정도는 신용카드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개인파산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금서비스, 할부구매, 카드 이용 수수료 등 신용카드와 관련된 많은 문제에 비하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성년자의 카드사용도 사실상 지엽적인 문제에 속한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중인 약 1억2000만장의 신용카드 중 미성년자의 카드는 약 1만2000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명식 교수는 발표문 ‘전환기에 선 한국 신용카드 산업’에서 “정부의 일련의 규제정책은 시장기능의 활성화보다는 직접적인 영업활동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불공정거래나 불법영업은 철저히 징계돼야겠지만 실질적으로 시장경제 하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자율경영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