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대성공을 거뒀고, 올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각본 작곡상 등을 수상한 이 작품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공연 전부터 경찰관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무대 주변을 돌아다니며 관객들을 의심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극 전개방법도 독특하다. 권력자를 따르고 서민들을 억압하는 록스탁 경관이 진행자로 등장한다. 그는 “사적인 용무는 공적인 화장실을 이용하라. 그냥 싸면 체포한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한다.
극심한 물 부족 현상 때문에 물 한 컵으로 목욕을 해결해야 하는 시대. 공중 화장실을 유료로 운영하는 배설 주식회사와 오줌마을 사람들의 갈등은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대결로 이어진다.
‘유린타운’의 매력은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명작의 패러디에 있다. 배설회사 사장과 상원위원의 밀착관계를 통해 오늘의 정경 유착 관계를 은유하고 그 와중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언제나 서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공중 화장실을 ‘접수’한 시민들이 ‘레미제라블’처럼 깃발을 흔들며 봉기하거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배설 회사 사장인 클로드웰의 딸 호프와 시민군 리더인 보브의 비극적인 사랑도 흥미롭다.
이 작품에서 단연 빛을 발하는 배우는 김성기와 남경읍. 록스탁 경관 역의 김성기는 연기 노래 춤은 물론 신세대 스타일의 랩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해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고 남경읍의 중후한 악역 연기도 돋보였다.
이태원 역시 화장실 요금원으로 밑바닥 인생을 제대로 그려내면서 ‘명성황후’의 그늘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오줌 눌 특권을 위해 어서 돈을 내!”라고 윽박지르는 그의 노래 실력은 출연진 중 최고다.
‘유린타운’은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극 전개와 록 재즈 가스펠 사운드가 흥을 돋운다. 하지만 1막의 신선함은 2막에서 맥이 빠진다. 보브가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이에 대한 부연설명이 지루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호프의 반란으로 배설회사는 사라지고 공중화장실은 개방된다. 모든 이가 자유롭게 배변의 쾌감을 느끼면서 극은 시민들의 세상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물 관리가 되지 않은 ‘오줌마을’은 다시 절망의 땅으로 변해간다. 진정한 ‘자유’란 ‘방종’이 아닌 ‘절제’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
22일까지. 평일 7시반, 주말 오후 3시반 7시반. 3만∼5만원. 02-577-1987.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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