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법무실장인 유창종(柳昌宗·57·사진) 검사장이 25년간 수집해 온 시가 20억원 상당의 한국 전통 와전(瓦塼·기와와 벽돌)과 동아시아의 와전 1800여점을 9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한국의 기와와 벽돌이 1100점이고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의 기와와 벽돌이 740점이다.
그가 기증한 와전은 삼국시대부터 조선후기 근대까지를 망라하는 것이어서 기와 벽돌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발해 기와. 국내에는 서울대박물관 소장품을 제외하면 발해 기와는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가 처음 기와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 충북 충주지청에서 근무할 때.
“충주성에서 출토된 수막새를 보곤 첫눈에 그 아름다움에 매료됐습니다. 그때부터 기와 수집에 뛰어들었죠. ”
그는 “검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에 전국 각지의 기와를 두루 수집할 수 있었다”며 “1982년 일본인이 한국의 기와를 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것을 보고 한국인으로서 우리 기와를 지켜내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 박물관에 기와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1978년 이후 25년간 늘 문화재와 함께 생활해왔다. 국보 205호인 중원 고구려비를 최초로 발견했고 양주 별산대놀이 후원회 재건, 순천 전통문화보존회 창설 등 전통문화보존에도 앞서왔다. 그리고 1997년 순청지청장 시절엔 당시 국보 274호 별황자총통이 가짜임을 밝혀내기도 했다. 유물수집 경력에 걸맞게 전문가 수준의 안목을 길렀고 이를 바탕으로 ‘와당으로 본 한국문화’ 등 기와 관련 논문도 발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의 뜻을 기려 12월 ‘유창종 기증 와전 특별전’을 연 뒤 2005년 서울 용산에 들어서는 새 중앙박물관에 기증자의 이름을 딴 전시실을 설치해 관련 유물을 보존키로 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