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영부터 열까지 숫자이야기´

  • 입력 2002년 9월 10일 17시 17분


◇영부터 열까지 숫자이야기/로스 콜린스 글 비비안 프렌치 그림/32쪽 7800원 승산(초등 3학년 이상)

선사시대 굶주린 늑대가 11마리 혹은 12마리 쳐들어왔다. 그때 사람들은 늑대가 몇 마리였다고 어떻게 말했을까? 손가락을 다 써도 11마리나 12마리를 표현할 수 없는데…. 발가락을 사용하면 어떨까? 인류는 맨 처음에 손가락으로 셈을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고도 모자라면 그 다음엔 발가락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수가 몇이라는 전갈을 보내려면 어떻게 했을까? 손을 그대로 보낼 수도 없고…. 어린 동생에게 돼지 4마리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킨다고 생각해 보자. 다짐을 받기 위해 동생에게 손가락 4개를 펴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생이 그걸 까먹으면 어떻게 하나? 동생에게 조약돌 4개를 주면서 까먹지 말라고 해보자. 그러면 주인도 조약돌 수를 세어보고 돼지를 몇 마리나 팔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약돌 하나에 돼지 한 마리 하는 식으로 말이다. 나중에 주인은 조약돌 대신에 벽에 빗금 표시를 해두기도 했다. 실제로 동굴에 살던 사람들이 해놓은 작대기 표시가 오늘날까지 동굴 벽에 남아 있다.

이 책은 숫자를 사용하지 않던 시대에 인류가 어떻게 수를 나타냈는지, 셈을 했는지에 대한 얘기부터 차근차근 풀어간다. 그리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수의 발달사를 얘기한다. 특히 자리값 개념이 흥미롭다. 자리값이란 어른들이 말하는 10진법이다. 한 소녀가 조가비와 조약돌을 뒤섞어 놓지 않고 오른쪽엔 조약돌을, 왼쪽에는 조가비를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조약돌이 10개가 되면 그걸 조가비 하나와 바꿔서 조약돌 10개를 싹 치워버리고 조가비 하나를 왼쪽에 올려놓았다. 만세! 소녀는 정말 놀라운 것을 발견한 것이다. 다시 말해 왼쪽에 놓느냐, 오른쪽에 놓느냐에 따라 값을 달리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인류는 이 소녀처럼 자리값 개념을 갖게 됨으로써 영(0)의 개념에 못지않은 수학적 도약을 할 수 있었다.

과외열풍이 거센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숫자에 대한 근본개념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 채 문제풀이식 지식을 먼저 접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숫자와 계산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익히려면 꼭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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