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양승걸 모노드라마 ‘새드 셀카’, 죽음이 다가서면…

  • 입력 2002년 9월 17일 18시 32분


1인극 ‘새드 셀카’에서 배우 양승걸이 캠코더 앞에서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있다.사진제공 POA

1인극 ‘새드 셀카’에서 배우 양승걸이 캠코더 앞에서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있다.사진제공 POA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새드 셀카’는 ‘슬픈 셀프카메라(Sad Self-camera)’라는 뜻. 배우 양승걸의 모노 드라마인 이 작품은 죽음을 앞두고 사람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얼마나 약해질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극중에서 배우인 고성민은 어느날 설(舌)암 판정을 받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캠코더 앞에서 공연차 일본으로 떠난 연인 미옥에게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담는다.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던 연극 생활, 효도 한번 제대로 못한 어머니 등을 회상하기도 한다.

결국 성민은 ‘세상이 나를 버렸다’며 죽음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가 무대를 벗어나자 마자 병원에서 전화가 오고 ‘오진이었다’는 메시지 녹음이 이어진다. 캠코더에 자신의 과거를 잔잔히 추억하는 한켠으로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가벼움이 새겨진다.

작품에는 1990년대 소극장 히트 연극들이 등장해 흥미를 더한다. 성민의 회상 장면에서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등신과 머저리’를 비롯해 ‘가마솥의 누룽지’ ‘카스파’ 등 연극 8편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양승걸은 “중세 고전의상부터 70년대 ‘양아치’ 패션 등 20여벌의 의상과 무대 위에서 배우가 분장하는 모습 등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했다”며 “인간의 삶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웃음과 눈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0월31일까지. 평일 오후 7시, 토 공휴일 오후 4시 7시, 일 오후 4시(월 쉼). 8000∼1만5000원.02-3141-8425.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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