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과학이 이렇게 신날 줄이야"

  • 입력 2002년 9월 24일 16시 56분


과학실험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유치원생이 물로켓을 쏘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김진경 기자
과학실험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유치원생이 물로켓을 쏘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김진경 기자

《“과학은 실험하는 거예요. 재미있는 것이고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이지훈군(6)은 ‘과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지훈이는 화요일마다 어린이 과학실험교육업체에서 여는 강좌에 참가하고 있다. 이날의 주제는 ‘물 로켓 발사’. 이미 두 주에 걸쳐 과학적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물로켓을 직접 조립했다. 지훈이를 포함한 수강생들은 인근 아파트 놀이터에서 발사장치를 이용해 각자 물로켓을 쏘아올렸다.》

“와.”

화학공학과를 나온 이 업체의 과학교사 정다운씨(27)는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4학년생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수강생 중 절반이 유치원생”이라며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쉽고 재미있는 과학을 접하게 해 주기 위해 이곳에 자녀들을 보낸다”고 말했다.

실험이 끝나면 보고서를 쓴다. 무엇에 관한 실험인지와 실험도구 등을 적어 넣는다.

“그런데 선생님.‘로켓’할 때 ‘켓’을 ‘어이’로 써요, ‘아이’로 써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사이언스홀에서 사이언스 드라마 공연 중 마법사로 분장한 배우가 자석을 액체질소에 담가 초전도 자석을 만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과학은 체험이다〓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체험에서 나오는 과학적 사고력이야말로 창의적 문제해결력의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에서 초등학생은 물론 취학전 어린이들에게까지 과학실험교육을 시키고 있다.

서울 송파구 삼성어린이박물관에서는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2개월씩 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벌써 10회를 맞았다. △풍선으로 축구공 만들기 △아이스바 만들기 △치약 만들기 등 실험 위주의 체험학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안성시 체험문화시설인 엄마손목장에서도 어린이들에게 물로켓 발사 등 과학실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놀이공원인 서울랜드는 놀이기구를 타면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나 관성의 법칙 등 다양한 운동법칙을 공부하는 ‘어린이 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과학설명회 문제풀기 과학놀이로 구성돼 있는데 어린이와 함께 문제풀기를 원하는 교사들에게는 실험장소와 실험기구를 제공하기도 한다.

과학체험 프로그램 붐은 음악이나 미술 위주였던 백화점 문화센터의 어린이 강좌목록까지 바꿔놓고 있다. ‘꼬마과학’‘레고닥타 과학교실’‘과학첫걸음’(이상 롯데) ‘유아 곤충과학’‘4∼5세 과학영재’(이상 신세계) ‘유아 에디슨 과학교실’‘6∼7세 자연과학교실’‘4∼5세 꼬마발명가’(이상 애경) ‘6∼8세 과학영재’(경방필)등이 요즘 개설됐거나 인기 있는 강좌들. 최근에는 조기교육바람이 거세지면서 대상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 이원근 소장은 “오히려 유아기 어린이들은 세계와 사물에 대해 왕성한 탐구력을 갖고 있어 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것’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유아기가 과학교육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주장했다.

▽사이언스 드라마〓올해 처음 선보인 사이언스 드라마 역시 과학체험 붐과 무관하지 않다. 사이언스 드라마는 전문 배우들이 과학실험을 재미있는 줄거리와 엮어 보여주는 것. 코 앞에서 실험의 전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어린이들이 직접 무대로 나와 동참하기도 한다.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 산하 극단 ‘키스’는 4월부터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서관 3층 LG사이언스홀에서 이곳의 10개 탐방 코스 가운데 하나로 15분짜리 사이언스 드라마를 공연하고 있다. 요즘 주제는 ‘자이로드롭의 원리’와 ‘자기부상열차의 원리’.

채플린으로 분장한 배우가 전기는 통하면서 자석은 달라붙지 않는 성질을 가진 알루미늄관이나 구리관 속에 자석을 떨어뜨렸을 때 자석이 아주 천천히 떨어지는 현상을 보여주며 놀이기구 자이로드롭의 원리를 설명하는 식이다. 자기부상열차의 원리를 알려주기 위해 영하 197도의 액체질소에 얼린 초전도체를 4개의 자석 위에 올려 공중에 둥둥 띄우면 아이들은 마술을 보는 듯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다. 평일엔 대부분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관람하지만 방학기간과 토요일엔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유아들도 많다.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는 사이언스 드라마에 대한 반향이 크자 내년부터 부산 청소년과학관에서 사이언스 드라마를 공연하기로 했다.

과학실험교육업체 매드 사이언스도 3월 서울과학관에서 30분짜리 사이언스 드라마 ‘아슬아슬 실험놀이’를 처음 무대에 올린 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랜드로 장소를 옮겨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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