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립미술관 외벽 유리창을 통해 미술관 정원과 덕수궁 돌담길을 화사하게 꾸며줄 제니퍼 스타인 캠프의 비디오 설치 작품 '눈 프로젝트'. 사진제공 서울시 시립미술관
가을 밤,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나는 첨단 미디어 아트. 그 색다른 낭만을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시티 서울 2002’가 26일부터 11월24일까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과 인근 덕수궁 돌담길 주변에서 열린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미국의 제니퍼 스타인캠프, 켄 파인골드, 프랑스의 카트린 이캄, 그리스의 밀토스 마네타스, 한국의 젊은 작가 김안식 안수진 양만기 등 130여명이 각종 디지털 영상물과 설치미술, 디지털 퍼포먼스, 디지털 프린트 사진 등을 선보인다.
주제는 ‘달빛 흐름’.
“달은 인류에게 있어 가장 오래된 가상 공간, 꿈의 공간이다. 첨단 미디어를 그 달에 비유함으로써 미디어와 테크놀러지를 정복의 수단이 아닌, 잃어버린 낭만을 되찾는 매개물로 활용하겠다.”(이원일 전시총감독)
전시는 시립미술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본전시, 미술관 정원과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리는 야외전시로 나뉜다. 특히 야외전시는 밤에 이뤄져 달빛 흐름의 분위기를 만끽하게 해준다.본전시는 미술관 건물 전면의 외부 유리창을 ‘눈’으로 설정하고 내부 공간을 두뇌 심장 골격 등으로 간주해 그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눈에 해당하는 유리창엔 스타인캠프의 비디오 아트 ‘눈 프로젝트’로 꾸며진다. 무수한 유리창에 비디오 모니터를 설치한다. 다양한 영상이 건물 외관으로 비치면서 미술관 건물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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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 속의 사람 이미지와 관객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꾸며 디지털시대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한 파인골드의 인터랙티브 설치 미술, 실체는 없고 선만 남은 가상 얼굴 이미지를 통해 디지털시대 인간의 정체성을 고민한 이캄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밤에 이뤄지는 야외 전시는 더욱 매력적이다. 안수진의 돌담 프로젝트 ‘4개의 방’은 판토마임을 촬영한 영상물 네 편을 덕수궁 돌담에 상영한다. 방에 갇힌 인간의 욕망을 탐색한 작품으로, 26일부터 10월6일까지 매일 오후 6시반부터 10시반까지 볼 수 있다.
미술관 야외 정원도 환상적이다. 우선 어둠을 뚫고 건물 유리창 밖으로 비치는 스타인캠프의 비디오아트가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정원에선 물의 파장과 빛과 영상이 한데 어우러지는 김안식의 디지털 퍼포먼스 ‘빛의 오케스트라’가 펼쳐진다. 26일 6시반, 27, 28일, 10월12일 오후 7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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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는 인간이 닿아본 적이 없는 미지의 신천지, 미지의 미학을 지향하는 예술”이라는 이원일 전시총감독의 말처럼 올 가을 덕수궁 돌담길의 변신이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02-2124-8945-9. www.mediacityseoul.org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