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전 세계의 음악을 한 자리에 들을 수 있는 ‘워마드’(WOMAD·World of Music, Arts and Dance 8월 30일∼9월 1일)’라는 공연축제가 열렸다. 팝스타 피터 가브리엘이 세계화합을 위해 기획한 이 공연. 올해는 싱가포르에서 펼쳐졌는데 짐바브웨 브라질 남아공 인도 일본 등 14개국에서 참가, 지구촌의 다양한 음악과 춤 퍼포먼스를 거리공연을 통해 보여 줬다. 그 현장인 포트 캐닝 파크. 다양한 피부색과 언어, 종교를 가진 사람이 한데 뒤섞여 샌드위치 등을 먹으며 한가로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글로벌 싱가포르를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영국의 점령을 계기로 동서양 문화의 충돌 적 만남이 시작된 싱가포르. 동서양 무역의 중개지가 된 후 양의 동서는 그 의미를 상실한 곳이다. 용광로라고 할까. 중국 말레이 인도인과 서양의 문화는 싱가포르에서 용해됐고 그 것은 ‘뉴 아시아’로 태어났다. 그리고 그 뉴 아시아의 대표선수는 바로 싱가포르의 거리와 골목에서 늘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음식 ‘뉴 아시아 푸드’다.
각 국의 전통음식에서부터 퓨전 까지 마치 음식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싱가포르. 여기서 음식투어는 뉴 아시아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다. 워마드 공연을 보면 들렀던 특이한 식당을 소개한다.
# 가격표 없는 인디언 푸드 레스토랑
짙은 향기가 인상적인 뷔페 식당. 맛이 진한 요구르트에서부터 밀전병 난, 그리고 난에 싸서 먹는 음식, 쌀밥이 놓여 있었다. 카레처럼 향기가 짙은 음식도 눈에 띄었다. 음식 앞에서 한 노인이 재료며 맛을 설명했다. 음식 먹고 일어난 손님. 의아해 한다. 가격을 묻자“내고 싶은 만큼 내라”는 대답 때문. 주인 말은 이랬다. “우리는 당신을 믿는다” “먹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느냐. 먹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다” 등등.
이것도 일종의 철학이다. 싱가포르 콜맨 스트리트 5번 가에 있는 인도식당 ‘아나락시미(www.annalakshimi.com.sg 339-9993)다. 그 노인은 ’미스터 쉬리‘라고 밝힌 지원봉사자.의사 변호사 노동자 등 각계 각층 사람이 여기서 자원봉사를 한다고 했다. “1센트만 내도 되느냐”고 묻자 대답은 “물론”. 그러나 여태까지 그런 적은 없었단다. 오히려 다음에 더 많은 친구를 데리고 왔으면 왔지.
# 차이나 타운
다민족 다종교 다언어 사회 싱가포르. 인구구성을 보면 중국계가 가장 많다(76.9%). 다음은 말레이 계 14%, 인도 계 7.7% 등의 순. 그러니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음식도 차이니즈 푸드다.
중국음식 맛보려면 역시 차이나타운이 최고다. 여기에 가면 ‘먹자골목’형태의 음식거리가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딤섬부터 베이징식 오리구이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홍콩스타일의 훈제생선머리는 15달러(이하 싱가포르달러). 3∼26달러가 대종. 최근에는 차이나타운 박물관도 개장했다. 중국남동부에서 가난과 굶주림, 난을 피해 말레이반도로 이주한 뒤 싱가포르 항에서 부두노동자로 일했던 초기 정착 민의 역사가 생생히 재현돼 있다.
# 논야의 프라나칸 요리
뉴 아시아 푸드 가운데서도 페라나칸 요리는 가장 싱가포르답다. 페라나칸이란 중국 말레이시아 혼혈을 말한다. 어쩌면 싱가포르의 토속이라 할 수도 있는데 싱가포르 역사박물관에 가면 아주 상세히 알 수있다. 시내에는 페라나칸 거리도 있고 패키지투어에 참가하면 독특한 2층 구조의 페라나칸 주택에 들러 직접 볼 수도 있고 음식맛도 볼 수 있다.
페라나칸 음식점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블루진저(www.theblueginger.com)’. 생선머리를 넣고 카레양념으로 매콤하게 끓여낸 ‘논야 피시헤드커리(Nonya Fish Head Curry 17.5 싱가포르 달러)’가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죽순과 새우등을 넣고 볶은 ‘쿠에 파 디’도 인기.
# 먹고 마시기에 바쁜 싱가포르
식당이나 술집거리만 찾아다녀도 싱가포르투어는 시간이 모자라다. 그래도 관광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는 관광지와 식당이 따로 나뉘어 있지 않기 때문.
싱가포르의 먹자 거리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은 부기스 스트리트. 화란의 동인도회사가 있던 인도네시아에서 건너온 부기스 무역상이 자리잡은 곳으로 물건을 배에 싣고 내린 후 밤새도록 먹고 마시고 즐겼다는 역사적 장소다. 바 레스토랑 디스코텍은 물론 극장식 살롱에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카바레까지 있다.
상하의 싱가포르에서는 해진 후 싱가포르강변을 찾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강변에 먹자골목이 섰다. 그 선구자는 보트키. 강가로 식당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강변 쪽에 야외테이블이 놓여 있다. 수상식당도 있다. 펍 사이버카페 라이브바 등 모든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하다. 또 하나는 클라크키. 과거 무역선이 오갈 때 창고가 즐비했던 곳인데 세계적인 디자인그룹이 참여해 예술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이 창고와 주변거리를 현대적인 엔터테인먼트 거리로 고쳤다. 이것도 볼거리 가운데 하나가 됐다. 여기서 싱가포르 스타일의 전통보트를 타고 강 하구의 바다를 구경하는 ‘선상여행’도 좋다. 15달러.
최근에는 월남전 당시 미 육군이 사용했던 수륙 양용차 ‘아미 덕’(Army Duck)을 개조한 차량으로 시내투어 후 싱가포르 항구의 바다로 나가는 ‘덕 투어’도 생겼다. 33달러. 싱가포르 관광청 02-399-5570
싱가포르〓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다기능 공연장 ‘에스플라나드’ 내달 개장▼
10월12일 싱가포르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공연컴플렉스인 ‘에스플라나드’(www.esplanade.com)가 개장한다.
두리안(열대과일)을 엎어놓은 듯한 모습의 이 건물에는 콘서트홀(1600석)과 무대극장(2000석), 야외공연장이 있다. 위치는 리츠칼튼 등 최고급호텔이 밀집한 마리나베이(灣)의 바닷가. 위치나 외관이 호주 시드니항의 오페라하우스를 닮았다.
개막 축하공연은 11월 3일까지 3주간. 싱가포르 댄스 시어터의 ‘리미니싱 더 문’을 필두로 모두 70개가 공연될 예정.
런던 필과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22개국 1300여명이 참가한다.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 장은 11월 11일에 열릴 콘서트홀 공식개장 기념공연에서 싱가포르 국립교향악단과 협연. 야외공연장에서는 600여 개 공연(무료)이 펼쳐진다.
싱가포르〓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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