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양념 살짝 바꾸면 식탁이 확 바뀐다

  • 입력 2002년 9월 26일 17시 27분


조소연 주부의 집 주방에 있는 양념들. ‘비슷한데 뭔가 좀 특색있는 맛’을 찾는 사람이라면 사용해 볼 만하다. 원래 양식용 양념이지만 한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전영한기자
조소연 주부의 집 주방에 있는 양념들. ‘비슷한데 뭔가 좀 특색있는 맛’을 찾는 사람이라면 사용해 볼 만하다. 원래 양식용 양념이지만 한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전영한기자
부엌의 ‘양념’들이 바뀌고 있다. 한식뿐만 아니라 양식, 한식과 양식이 절충된 퓨전음식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주부들이 늘어나며 생긴 현상이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9년차 주부 조소연씨(31·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부엌을 들여다보자. 소금 후추 참기름 등 익숙한 것 외에도 바질, 로즈마리, 올리브오일, 와인식초, 월계수잎 등 10여가지의 ‘서양 양념’들이 부엌 한 쪽을 가득 메우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딸이 파스타나 샐러드 요리를 좋아하거든요. 양념이 구비돼 있으니까 요즘은 재료만 있으면 라면보다 이탈리아 요리를 더 빨리 해 줄 수 있어요.”

조씨의 냉장고에는 실제로 칵테일새우, 냉동홍합, 브로콜리 등이 씻겨진 채로 그릇에 듬뿍 담겨 있다. 파스타의 경우 소스를 만드는 시간을 포함해 10분이면 요리가 완성된다. 곁들여 먹는 수프 역시 각설탕 모양으로 포장돼 들어 있는 ‘치킨큐브’ 양념을 뜨거운 물에 풀면 금세 수프국물인 닭고기 육수가 생겨난다. 피클도 김치 만들어 먹듯 직접 담가 먹는데, 이 역시 ‘피클링 스파이스’라는 양념을 이용한 것이다.

조소연씨는 식용유 대신 올리브오일로 음식을 조리한다.

조씨는 원래 양식요리를 만들기 위해 이런 양념들을 수입상가나 백화점 수입식품코너에서 구입했다. 그러나 요즘은 한식메뉴에도 섞어 쓰며 새로운 맛을 발견해 낸다.

“일례로 한식 닭고기조림을 할 때 기본으로 넣는 간장 청주 설탕 물엿에 더해 ‘카레 파우더’ 적당량을 넣으면 매콤하고 뒤끝이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닭냄새’를 날려주는 기능을 하거든요.”

‘맛’만큼이나 ‘향’도 요즘 부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다. 조씨는 일반적인 후추 대신 ‘통후추’를 쓰는데 향이 강하고 스테이크나 튀긴 감자처럼 기름에 익힌 메뉴들과 궁합이 더 잘 맞기 때문이다. 조씨는 또 계란 프라이를 할 때도 식용유 대신 올리브오일을 즐겨 두른다. 올리브향이 진하고 비타민E가 들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리브오일은 특히 요즘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지중해식 식단’(감자 치즈 토마토를 많이 사용하는 담백한 이탈리안 스타일 음식)이나 건강식 샐러드를 만드는 데 많이 쓰인다. 조씨는 또 “식초를 써야 할 때는 ‘와인식초’나 ‘레몬즙’을 대신 쓰면 과실의 향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조씨의 남편인 안재성씨(36·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의사)도 조씨가 요리에 섞어 주는 서양식 양념 덕분인지 ‘무조건 한식’이었던 과거의 입맛이 변해, 양식메뉴를 즐겨 먹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가 만드는 ‘홈 파스타’의 조리과정을 살펴보며 여기에 쓰이는 ‘대체양념’들의 쓰임새를 관찰해 봤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홈 파스타’ 만드는 법

①브로콜리 냉동홍합 칵테일새우 적당량을 각각 데쳐 놓는다.

②파스타 면을 삶아 건져 올리브오일에 버무려 놓는다.

③올리브오일 마늘 바질 잣 소금 후추 치즈가루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④위에 만들어 놓은 모든 재료를 섞어 프라이팬에서 약한 불로 버무린다.

● 피클 만드는 법

물 1컵, 설탕 2분의 1컵, 식초 2분의 1컵, 소금 1테이블스푼을 끓인 뒤 피클링스파이스 2테이블스푼과 오이 5개를 썰어 병에 넣는다. 하루 정도 냉장보관한 뒤 먹으면 된다.

■'홈 파스타' 만드는데 쓰이는 '대체양념'들

◁올리브오일 △허브와 각종 향신료 ▷월계수잎

●올리브오일

올리브 열매를 짜서 만든 기름.

과실을 가열하지 않고 직접 짜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과실의 풍미가

살아 있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주는

역할도 한다. 미용에 좋다는

비타민E도 담겨 있다.

●허브

‘바질’은 각종 파스타나 피자를

만들 때 꼭 넣으면 좋은 향신료다. 밀가루냄새가 금세 사라진다.

‘로즈마리’는 양고기

오리고기처럼 냄새가 많은 육류나 비린내가 있는 생선류를

익힐 때 이용하면 좋다.

생잎은 샐러드에 쓰인다.

●월계수잎

피클이나 수프를 만들 때

함께 넣으면 은은한 ‘초록의 향’이 느껴진다. 허브의 일종인

‘오레가노’나 마른 고추, 피망

등과 월계수잎을 함께 넣어 양념을 하면 매콤한 맛이 강해진다.

육개장 같은 한식 국류와도

잘 어울린다.

◁엔초비 △발사믹 식초 ▷통후추

● 엔초비

멸치의 일종으로 비늘이 없기

때문에 요리하기 전에 뼈만

제거하면 된다. 통조림에 담긴

엔초비는 대체로 뼈가 제거돼

있으며 소금과 올리브유로

드레싱돼 있는데, 시저샐러드를

만들 때 쓰인다.

빵과 함께 먹기에도 좋다.

● 발사믹 식초

‘와인식초’라고도 불린다.

양식 외에 갈비나 돼지불고기

요리를 할 때도 조금씩 넣어주면 담백한 향취가 은근하게 스며든다. 포도과즙을 수년 동안 숙성시켜

만든 때문인지 향이 진하다.

또 단맛과 신맛도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 통후추

일반 후추에 비해 향이 강해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 특유의

냄새를 없애준다.

시각적인 효과도 좋다.

스테이크 파스타 라자냐 등 집에서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이탈리아요리와

특히 궁합이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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