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뉴욕리포트]폴 매카트니 딸 톱디자이너로 우뚝

  • 입력 2002년 9월 26일 17시 27분


맨해튼에 새로 문을 연 자신의 숍 개업식에 참석한 스텔라 매카트니. 아버지 폴 매카트니의 후광을 벗어나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자립한 스텔라는 이제 뉴욕패션계 장악에 나섰다. AP연합
맨해튼에 새로 문을 연 자신의 숍 개업식에 참석한 스텔라 매카트니. 아버지 폴 매카트니의 후광을 벗어나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자립한 스텔라는 이제 뉴욕패션계 장악에 나섰다. AP연합
뉴욕 패션위크 행사가 열린 18∼23일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는 패션 팬들로 가득찼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초대권이 없이도 패션쇼를 감상할 수 있었다. 공원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이 패션쇼를 실감나게 전해주었기 때문.

행사 기간 중 내년 패션 못지않게 관심을 끈 사람은 톱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30)였다. 그녀는 20일 저녁 맨해튼 남쪽의 웨스트14번가 429번지에 첫 패션숍을 열었다. 옷과 신발 액세서리를 취급한다.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라는 아주 간단한 간판만 내걸었다. 370㎡(약 110평)짜리다. 개업식에는 영화배우 리브 타일러, 귀네스 펠트로와 패션계의 내로라하는 명사들이 두루 참석해 성황이었다.

스텔라는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의 딸이다. 그래서 더 유명해졌겠지만 패션업계에선 이미 우뚝 선 존재다. 파리의 패션회사 클로에에서 수석 디자이너를 지내면서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살려냈다. 명성의 구치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주겠다’면서 공을 들이자 자리를 옮겼다. 작년에는 마돈나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번에 첫 가게 문을 연 스텔라는 “사람들이 가게에 들러서 옷만 이야기하고 돈을 내고 사는 것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블라우스 한 장에 수천∼수만 달러를 붙여놓은 그녀의 이 말은 ‘작품’을 선보인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것 같다.

그녀 이름을 딴 라벨은 1년밖에 안됐지만 미국인들도 잘 받아들인다는 평가다. 그녀의 요즘 스타일은 타이트 진 위에 시스루 시폰을 걸치는 것. 언제나 잘 어울리는 배합이다. 그녀는 평소 “유행이 지났다고 말할 만한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그것을 어머니 린다에게서 배웠다고 그녀는 말한다. 있는 그대로, 옛것과 새것을 합치기도 하고 어느 하나가 너무 강하지 않게 한다는 것. 1998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린다는 종아리 털을 밀지도 않았고 머리 염색도 하지 않았다고 스텔라는 전했다.

아버지의 교육방침에 따라 영국의 시골 공립학교를 거쳐 런던의 성 마틴 예술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한 그녀가 패션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1995년. 졸업작품 패션쇼에 부모가 참석해 세간의 화제가 됐다. 친구인 유명모델 나오미 캠벨과 케이트 모스가 그녀의 옷을 걸치고 무대에 서자 패션잡지들은 이 소식을 크게 다뤘다. 스텔라의 컬렉션은 런던의 부티크 ‘토키오’가 거둬갔고 유명모델들은 너도나도 옷을 입어봤다.

스텔라가 클로에의 수석 디자이너가 된 것은 25세이던 1997년의 일이다. 그해 10월 그녀의 패션쇼는 ‘혹시 아버지 덕에…’라는 세간의 의구심을 싹 날려버렸다. 특이한 자수와 70년대풍 트라우저 슈트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스텔라는 소리쳤다. “적극적이 돼라. 섹시한 레이디가 되어라(Be positive, be a sexy lady).” 그녀의 관능적인 디자인은 자신만만한 도회풍 여성들의 몸을 감쌌다.

그녀는 구치의 스카우트 제의에 “동물 가죽을 디자인하는 회사와는 함께 하지 않겠다”면서 선뜻 응하지 않기도 했다. 어머니 린다처럼 동물보호주의자이고 채식만 한다. 패션숍도 온통 천으로만 장식했다. 미국의 한 항공사가 비행기 1등석 시트를 동물가죽으로 한 것을 발견하고 항공사 사장에게 천으로 바꾸라고 ‘압박(?)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매카트니가 이번에 가게를 낸 곳은 맨해튼 안에서도 ‘푸줏간 거리’로 알려진 첼시지역이고 유명한 스테이크집이 있던 빌딩이다.

개업축하연에 나오미 캠벨은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이 세운 브랜딩 및 이벤트 기획사 NC커넥트의 개업과 브라질 디자이너 로사 차의 수영복 패션쇼 준비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것 외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패션관련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스텔라와 나오미 캠벨은 한때는 친구였지만 지금은 같은 건물은 커녕 같은 도시에도 있지 않으려는 원수지간이 됐다는 것이다.

아버지 폴 매카트니는 3년 전 만난 모델 헤더 밀스와 올 6월12일 아일랜드에서 재혼했다. 59세의 신랑과 34세의 신부는 아직 허니문에 빠져있다. 새엄마는 스텔라의 옷을 잘 입지 않는다.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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