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 성공학]중간은 한다? 중간은 없다!

  • 입력 2002년 9월 26일 17시 27분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한다!” 평소 나서길 좋아하지 않는 김 대리의 좌우명이다. 일을 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상사에게 특별히 아부를 떨어야 할 때도 적당히 중간 정도로 끝낸다는 게 그의 원칙이었다.

그 원칙이 가장 확실하게 적용되는 때는 물론 회의시간이었다. 그는 거의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너무 입다물고 있으면 곤란하므로 한두마디 거들다가 슬그머니 그만두는 식이었다. 눈에 띄지 않으면 그만큼 밟히는 일도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요즘 같은 끔찍한 경쟁사회에서 밟히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뭐란 말인가.

그래서 그는 무슨 일에나 죽기살기로 이 악물고 덤비는 친구들을 경멸했다. 그런 타입일수록 다치기도 쉽다. 그러다 보면 생명력이 짧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건 그가 바라는 인생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새로 배치된 부서의 팀장이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하필 “중간은 없다!”였던 것이다. 그 후 그가 겪은 아픔이 어땠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는 스스로 중도를 간다고 자처하고 있었지만, 그건 엄밀한 의미에서 중도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뭔가를 시도한다는 자체가 두려워 스스로를 억압하고 있었다고 하는 편이 옳았다. 그리고 그 억압의 근저에는 자신의 불안감, 열등감을 남들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적인 욕구가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가 무슨 일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보여야 할 때가 많다. 물론 그 순간에는 당연히 긴장과 불안, 두려움 등의 감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이다.

그건 한 분야의 대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어느 유명한 코미디언의 이야기. 그는 지금도 무대에 오를 때면 말할 수 없이 긴장을 하곤 한다고. 다만 관객이 그걸 눈치채지 못할 뿐. 그때마다 자신이 그 순간을 극복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 그 긴장과 불안을 즐기는 길뿐이라고 그는 고백하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이 두려워 중간 높이까지만 가서 “난 이 정도가 딱 좋아”한다는 건 일종의 자기기만이다. 정상에서만 조망이 가능한 탁 트인 전망을 보고 싶다면 힘겹더라도 계속 오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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