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가장 큰 특징은 기름기가 싫어 돈가스를 경계했던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한다는 점이다. 부피 큰 빵가루가 위를 부담스럽게 만들지도 않고, 끈적끈적한 뒷맛이 남지도 않는다. 돼지고기, 생선을 감싸는 ‘튀김포장’은 담백하고 얇게 느껴질 뿐이다. 그 덕분인지 먹고 난 다음에 차를 한 잔 하지 않아도 야채샐러드 먹은 것처럼 속이 가뿐하다.
요즘엔 어느 돈가스집에서나 애용하는 고소한 ‘깨가루소스’가 사실은 일본의 신주쿠 사보텐 돈가스 본점에서 유래한 것이다. 토마토 소스 사과 당근 양파 등 10여가지 재료를 섞은 소스는 혀에 적당히 새콤달콤한 자극을 준다. 양배추에 뿌려 먹는 유자드레싱은 마치 배추겉절이가 딱 어울리는 젓갈을 만난 것처럼 수준급의 하모니를 이룬다.
돈가스 외의 메뉴로는 ‘미니우동’ 정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돈가스 자체는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화된 메뉴들이 많다. ‘녹차돈가스’(1만1500원)는 차잎을 먹여 키운 전남 보성산 돼지고기에 녹차가루를 섞어 숙성시킨 재료를 사용했다. 그린샐러드, 우롱차가 함께 나온다. 모든 돈가스 메뉴에 1000원을 추가하면 돈가스 위에 배즙을 올린 ‘오로시 가스’스타일로 만들어 주는데, 뒷맛이 차갑고 개운하다.
저온냉장고에서 숙성시킨 김치와 치즈 베이컨 등을 섞어 만든 ‘김치치즈가스정식’(1만1000원)은 느끼함과는 거리가 멀다. 왕새우 3마리가 나오는 ‘에비가스정식’(1만3000원), 안심가스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 낸 ‘그릴치즈가스정식’(9800원)도 인기메뉴. 다이어트에 신경쓰는 사람이라면 ‘히토구치히레가스’(한입크기 안심돈가스·6500원)에 ‘무멸치샐러드’(2000원) 한 접시면 적당하다.
실내공간은 넓지만 외부에 별도의 주차장은 없다. 테이크아웃 코너에서는 각종 돈가스 도시락 메뉴를 6000∼8000원대에 판다. ‘프리미엄’ ‘명품’ 돈가스라는 광고전단을 여기저기 붙여놨는데, 가격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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