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이냐 공부냐〓흥미있는 영화가 반드시 좋은 ‘영어교재’는 아니다. ‘디즈니류’의 만화 중에서 ‘미녀와 야수’ ‘토이스토리 1편’ 등은 발음이 또렷하고 속어가 적어 아는 단어는 대부분 들릴 확률이 높지만 ‘벅스라이프’는 말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 여간해서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쉬운 영어라고 해서 ‘세서미 스트리트’를 선택한다면 내용의 유치함 때문에 집중하기가 싫어진다.
●2분 분량을 넘기지 않는다〓‘듣기와 이해’는 고도의 정신집중을 요하므로 한번에 2분정도가 적당하다. ‘영화 한 편을 마스터 해야지’하며 마음을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제일 자신있는 부분, 여러번 봐도 싫증이 덜 날 부분을 몇 장면 골라 2분씩 들으며 집중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영어자막은 화면과 동시에 떠야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화면 속 대사가 1초 후에 뜬다든지 하면 ‘듣기’가 아니라 100% ‘읽기’일 뿐이다.
●그러나 읽기가 우선이다〓영어의 고수가 아닌 다음에야, 일단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영화나 시트콤의 스크립트를 확보하고 그것을 이해하면서 읽는 것이 우선이다. 단어나 숙어를 미리 찾아두는 과정도 필요한데 모르는 단어는 아무리 들어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읽기가 끝난 후에 원어를 듣고 이후 안 들렸던 부분에 영어 자막을 삽입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영문뉴스 역시 관련된 뉴스를 다룬 영자신문을 우선 읽는 것이 좋다.
●100%에 연연하지 말라〓분위기로 때려잡아 듣는 것은 ‘진정한 듣기’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다는 전제를 가지고 듣기에 임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우선 핵심단어를 따라잡는데 귀를 기울이되 ‘모호하고 답답한 느낌’을 견뎌내는 배짱이 필요하다. 시트콤을 보며 미국사람들이 웃는 부분은 사회적 의미나 단어의 이중적 의미 등을 알아야 하는 것이 많아 단순한 ‘듣기’이상의 영어실력을 요하는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다〓어린이가 아닌 바에야 회화와 달리 ‘듣기’만큼은 나이가 많은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험지식이 많기 때문에 ‘저 상황에는 저런 이야기’라며 예상과 추측을 할 수 있다는 점, 풍자나 반어 등을 잘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에선 오히려 유리하다. 그러나 누구든 집중을 배제한 채 설렁설렁 귀를 열어두는 것은 단순 ‘히어링’으로, 영어의 리듬에 익숙해진다는 것 외의 학습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