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아이템]보석 브랜드 '다미아니' 부회장 인터뷰

  • 입력 2002년 9월 26일 18시 02분


아담한 체구에 옅은 갈색머리를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은 실비아 다미아니. 터틀넥 슬리브리스 위에 걸친 목걸이는 에덴 컬렉션이다. 사진제공〓다이아몬드 정보센터
아담한 체구에 옅은 갈색머리를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은 실비아 다미아니. 터틀넥 슬리브리스 위에 걸친 목걸이는 에덴 컬렉션이다. 사진제공〓다이아몬드 정보센터
이탈리아 명품 보석 브랜드 ‘다미아니(DAMIANI)’의 부회장 실비아 다미아니(36)를 ‘다이아몬드와 사랑의 힘’ 특별전시회가 열리는 일본 하코네(箱根)에서 만났다. 1924년 이탈리아 발렌자 지방에서 보석을 만들기 시작해 3대째 가족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다미아니의 지난해 매출은 6000억원. 이 보석 명가의 3세대인 다미아니 부회장은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브를 총괄하고 있다.

‘혈통’이 그녀의 경쟁력은 아니다. 그녀는 96년 ‘블루 문(Blue Moon)’ 컬렉션을 디자인해 다이아몬드 업계의 아카데미상인 ‘드비어스 다이아몬드 인터내셔널 어워즈’를 수상한 것을 비롯, 지금까지 18번에 걸쳐 이 상을 받았다. 디자인에 관한 그녀의 신조는 ‘생활 속의 보석’이다.

●결혼 그리고 가정

포니테일 스타일로 머리를 묶은 그녀는 오른손에 시할머니가 물려줬다는 금반지와 시계, 왼손에는 백금 결혼반지와 청혼반지를 겹쳐 끼고 나타났다. 백금과 갈색 다이아몬드를 배합한 다미아니의 올해 신상품 ‘세그날레티치(Segnaletici:이탈리어로 신호등)’ 컬렉션 목걸이는 그녀의 오른손과 왼손의 보석 색상 차이를 부드럽게 조화시키고 있었다.

그녀는 2000년 결혼했다. 남편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 첫 만남은 199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녀 친구의 결혼식에서였다.

그녀와 남편은 피요르드 해안의 전경이 펼쳐지는 덴마크 작은 섬의 성(城)을 빌려 결혼식을 했다.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반나절 페리를 타야 도착할 수 있는 이 섬에는 하객으로 친한 친구와 직계가족 딱 12명만이 모였다.

그녀의 남편은 결혼 전 다미아니의 최고경영자(CEO)이자 그녀의 첫째 남동생인 귀도를 만나러 이탈리아 발렌자로 찾아갔다.

“실비아가 가장 좋아하는 다이아몬드 디자인을 알고 싶소.”

그녀가 왼손 넷째 손가락에 늘 끼는 청혼반지는 그렇게 제작됐다. 다미아니의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총괄인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녀가 좋아하는 에메랄드컷(직사각형 모양) 다이아몬드 반지를 만들었다.

그녀와 남편은 결혼 후 2년째 1주일에 1, 2번 만난다. 그녀가 비행기를 타고 독일에 가거나, 남편이 비행기로 그녀가 사는 이탈리아 밀라노로 온다.

“가족의 가치는 균형을 필요로 해요.”

그녀는 두 남동생이 사는 이탈리아 발렌자에서 2주일에 한번은 꼭 가족 저녁식사 모임을 갖는다. 식탁에서는 평범한 이탈리아 가정의 모습처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일, 여행, 자연

실비아는 이탈리아 보석 인스티튜트(I.G.I)에서 보석학을 전공하던 19세때부터 다미아니에서 일했다. 그녀는 할아버지, 아버지가 물려준 다미아니 브랜드의 3가지 원칙을 늘 기억한다. 보석의 정확한 선별, 장인정신, 고전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디자인.

“어려서부터 자주 가족과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남편과 만날 때도 주로 여행을 해요.아프리카의 사막들, 스페인, 이집트, 이스라엘, 모로코, 북유럽, 인도, 일본, 스리랑카, 홍콩, 말레이시아….”

때문인지 그녀의 컬렉션에는 동서양 여행지에서 얻은 영감이 골고루 반영된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사하라(SAHARA) 컬렉션, 홍콩의 불빛을 형상화한 홍콩 라이츠(HONGKONG LIGHTS) 컬렉션, 고대 왕후의 옷색상을 본딴 블러디 매리(BLOODY MARY) 컬렉션, 사파이어와 루비로 아프리카 대륙을 나타낸 아프리카(AFRICA) 컬렉션 등.

그녀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질감이 부드러운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를 한다. 자연과 인공, 동양과 서양의 아름다움이 도전적으로 결합된 그녀의 컬렉션은 디자인의 ‘퓨전’이라 할 만하다.

전세계에 불어닥친 빈티지(복고)와 히피 유행에 따라 이탈리아 패션도 ‘믹스 앤드 매치(Mix and Match)’ 경향을 띤다.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을 자유롭게 매치하는 것이다.

“고전과 현대가 조화될 때 예술이 되는 것처럼 보석도 오래된 것과 새 것을 조화시킬 때 가장 멋스러워요.”

우아한 미를 추구하는 그녀는 최대한 라인이 절제된 옷을 입는다. 액세서리는 언제나 ‘균형’을 고려해 착용한다. 귀고리에 포인트를 줬다면 목걸이는 아예 생략한다. 또 가능하다면 액세서리의 색상을 통일한다.

“구두와 가방은 예쁜 것을 볼 때마다 구입해요. 따로 수납하는 방이 있죠. 하루는 구두수를 세어봤는데, 500켤레가 넘었어요. 가방도 구두만큼 갖고 있을 거예요.”

그녀는 요즘 이탈리아 밀라노의 패션리더들은 여성스러운 느낌의 크리스티앙 디오르 가방을 메고 아시안 푸드 식당에서 국수를 먹는 것을 패셔너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코네〓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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