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이미지 폭력의 시대’라며 미디어의 허구를 비판해온 보드리야르는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 참석자는 “보드리야르의 말을 듣고 싶어 왔는데 간단한 축사 한마디 없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또 26일 오전까지만 해도 기자들에게 “간담회가 있으니 현장에서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최측은 개막식 직전 “후원사 문제로 인해 보드리야르의 간담회를 취소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지면을 통해 보드리야르의 말을 전할 기회도 막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 시민은 “이미 후원사가 모두 결정돼 모든 자료를 통해 널리 공개했는데 개막 당일에 새로 후원 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세계적인 학자를 초청해놓고 개막식에서 그의 입을 막아버린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의 처사에 말문이 막힌다”고 꼬집었다.
주최측이 개막식에서 미디어시티 관련 영상물을 보여주면서 마지막 부분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것도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관람객 사이에선 “문화 행사가 마치 서울시장의 홍보물로 전락한 것 같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미디어시티라는 첨단 미술행사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구태의연하게 개막식을 진행한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 이날 개막식을 보고 보드리야르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특히 ‘미디어시티 서울’ 주최측은 2000년에 열린 제1회 행사도 산만하고 어설프게 진행해 관객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한 시민은 “올해 개막식에서도 이렇게 서툰 진행으로 실망시키는 것을 보니 앞으로 행사가 잘 진행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