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총알' 탄 에이즈…작년 100명 감염에 4개월로 급속확산

  • 입력 2002년 10월 1일 19시 02분



에이즈 감염자가 새로 100명 늘어나는 데 걸리는 기간이 1980년대에는 5년이었으나 1990년대 중반까지 1년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에는 4개월로 짧아지는 등 에이즈의 확산속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에이즈 감염은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아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심각한 확산 속도〓국립보건원이 국회 보건복지위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1985년 첫 감염자가 발견된 뒤 올 6월까지 총 1787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30대(638명·35.7%)와 20대(493명·27.5%)가 가장 많았으며 에이즈로 숨진 사람은 올 상반기 39명을 포함해 모두 383명.

감염자 중 감염 경로가 확인된 사람은 1470명으로 1428명(97.1%)이 이성 또는 동성간 성접촉으로 감염됐다. 특히 1990년의 경우 총 감염자가 127명으로 1985년 첫 감염자 발견 뒤 5년 만에 100명 선을 넘었는데 1995년부터는 신규 감염자가 연간 100명 이상씩 나타났으며 지난해에는 4개월 만에 100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다.

▽감염자 관리 부실〓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최초로 확인된 뒤 면역검사를 거쳐 발병 상태인 환자로 판명되는 비율이 1990년과 1991년에는 12.8%였으나 지난해에는 31%로 높아졌다.

이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모르고 잠복기간(7, 8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로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에이즈를 감염시키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경우 어느 정도가 에이즈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에이즈 감염자는 발견 즉시 추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감염 사실을 안 외국인 근로자가 잠적해 버려 오히려 에이즈를 확산시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치료병원도 부실〓보건복지부는 시도마다 2개 이상씩 전국 36개 병원을 에이즈 전문 진료기관으로 지정해 치료를 맡기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 S병원의 경우 병원 관계자들이 에이즈 전문 진료기관으로 지정된 사실조차 몰라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있으며 H병원 등 7곳은 1999년 이후 지금까지 단 1건의 진료실적도 없다는 것.

에이즈 환자를 위해 전문 병상을 갖춘 곳은 서울대병원 등 3곳으로 국립의료원조차 전문 병상이 없다.

국립보건원 자료를 분석한 김 의원은 “일본의 경우 에이즈 감염자가 크게 늘자 1993년 ‘에이즈 스톱 7개년 계획’을 마련한 것처럼 우리도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 에이즈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실제 에이즈 감염자는 확인된 감염자의 5∼10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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