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한국역제사’ 펴낸 조병로교수 “내년 신의주 갈것”

  • 입력 2002년 10월 2일 17시 41분


‘대동여지도’에 나오는 조선 후기 도성 주변의 역로. 사진제공 조병로

‘대동여지도’에 나오는 조선 후기 도성 주변의 역로. 사진제공 조병로

한반도의 육상 교통 시스템인 역제(驛制)를 통사적으로 망라한 첫 연구서가 최근 나왔다.

조병로 경기대교수 겸 한국교통사연구소장(52)이 25년 연구 끝에 발간한 ‘한국역제사(驛制史)’(한국마사회 펴냄). 삼국시대부터 발해 고려 조선시대까지 육상 교통시스템인 역제의 모든 것을 담아낸 한국 육상교통사 연구서다.

“이번 책은 기초자료를 마련하고 하드웨어를 구축한 것에 불과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죠.이제 이 자료를 토대로 역로(驛路)를 이용한 문화교류사나 외국사신교류사, 경제유통사 등 소프트웨어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역은 전령(傳令)과 공문서, 긴급 군사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거나 공물을 운송하고 사신을 접대하기 위해 설치했던 교통 통신기관이다. 통행인을 검문하기도 했고 지역 방어의 전초기지 역할도 했다. 조선 후기 전국의 역은 500여곳, 역에서 일하는 사람은 13만여명에 달할 정도였다.

조교수는 역제 뿐만 아니라 역에서 일한 역민(驛民), 역과 역을 잇는 도로 체계 등을 통해 한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흐름과 일상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이 책에서 역과 역로의 변천 과정, 각 시대별 역의 각종 기능과 조직, 역리(驛吏) 역노비 관군 등 역민의 업무와 신분, 역의 경제 및 재정운영 실태, 교통수단의 핵심인 역마(驛馬)의 공급 및 관리, 역을 중심으로 한 지방 사회의 성장 발달 과정 등을 다뤘다.

특히 1998년 일본 효고(兵庫)현에서 발견한 18세기 경북 김천역과 송라역의 호구대장을 토대로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역민의 상당수는 천민이 아니라 양인이었다는 점, 여자 노비는 줄었지만 남자 노비는 상대적으로 덜 줄었다는 점 등. 이러한 사실은 조선 후기의 신분변동이나 촌락사회사 연구에 귀중한 내용이다.

동국대 대학원에 입학한 1978년부터 본격적으로 역제 연구에 뛰어들었다. 당시 만해도 역제 연구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그는 발품을 팔아 온갖 관련 사료를 샅샅이 뒤졌고 김천 송라역 호구대장을 발견한 것도 그 덕분이었다.

올해초 한국교통사연구소를 설립했지만 그에겐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머지 않아 ‘조선시대 교통 지도집’을 발간하고 내년 광복절 무렵엔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조선시대 식으로 말을 타고 가볼 계획입니다. 내친 김에 조선 중국의 사신들이 오갔던 중국 베이징(北京)까지의 사행로(使行路)를 말타고 직접 답사해 그 체험을 토대로 한중교류사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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