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우연일까? 그렇지 않다.
‘도둑맞곤 못살아’는 MBC 자회사인 MBC프로덕션이 투자 제작한 첫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례는 앞으로 방송사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를 자사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방송사들이 영화 사업에 뛰어들면서 방송 매체가 자사 영화의 홍보 수단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영화 진출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한다.
▽방송 3사의 영화 진출 실태〓지상파 중 MBC가 영화 사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MBC의 자회사인 MBC프로덕션은 지난해부터 10여편의 영화에 투자했으며 최근 개봉한 ‘도둑맞곤 못살아’는 35억원을 들여 직접 제작했다. MBC는 96년 자체 제작한 황인뢰PD의 ‘꽃을 든 남자’가 흥행에 실패한 뒤에도 꾸준히 영화 사업 진출을 모색해 왔다.
영화 사업을 위해 MBC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50억원과 100억원 규모의 ‘MBC 무한영상투자조합 1, 2호’를 구성했으며 여기에는 MBC 지방 계열사들도 참여했다.
MBC는 2004년에는 전국 배급에도 나설 계획이다. MBC프로덕션 영화사업부의 김덕영 부장은 “배급의 파워는 콘텐츠에서 나오는 만큼 2004년까지 연간 8∼10개의 작품을 자체 제작 및 투자를 통해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급 진출을 위해 MBC 프로덕션측은 2년전 이미 “지방 19개 MBC계열사가 적어도 1개 이상의 개봉관을 소유하도록 하여 전국적인 배급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MBC 기획실측은 “현재 부산과 대구 MBC는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진주와 울산 MBC는 멀티플렉스 설립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MBC는 연말 ‘MBC 영화제’를 신설해 첫 시상식을 갖는다. KBS의 자회사인 KBS미디어는 지난해 ‘봄날은 간다’에 1억원을 투자한 이래 올해는 ‘챔피언’ ‘연애소설’ ‘해안선’ 등 10여편에 투자했다. 투자액도 편당 2억여원으로 아직은 TV 판권 확보 차원이고 내년에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 등을 공동 제작할 계획이다.
SBS는 2000년 ‘사이렌’ 이후 ‘신라의 달밤’ ‘재밌는 영화’를 비롯해 곧 촬영에 들어갈 ‘빙우’ 등 16편에 투자했다. 투자액은 편당 1억5000만∼5억원 규모다. 영화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SBS 콘텐츠 운영본부의 공영화 부장은 “현재는 영화의 제작과 투자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제작은 아직 시기상조여서 당분간 투자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 및 문제점〓방송사의 영화 진출에 대해 충무로에서는 “자금 유입은 환영하나 방송과 영화는 매체 속성이 다르므로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한 메이저 배급사의 관계자는 “방송은 ‘문화 권력’인 만큼 자사 매체를 이용한 영화 홍보나 스타 캐스팅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화제작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자사 프로그램을 통한 전방위 홍보. 이들은 “TV에 노출되는 빈도가 영화 흥행에 직결되는 만큼 자사 매체를 이용한 홍보는 ‘불공정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MBC측은 이에 대해 “다른 방송사가 소개를 꺼리기 때문에 특별히 유리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도둑맞곤 못살아’는 MBC 연예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홍보됐으나 KBS의 연예프로그램 및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는 개봉 이전에 다뤄지지 않았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