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어묵, 그리고 은밀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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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청주 한 잔을 놓고 12가지 어묵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오뎅바 마루’(02-514-5545)다. 기자가 찾아간 9월 26일 오후 9시30분에는 영화배우 심은하씨가 막 자리를 떴을 때였다. 주인 심형선씨는 “조용히 술 마시려는 영화 예술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실내는 어두운 가운데 갖가지 홍등(紅燈)이 걸려 있어 연인이 밀담을 나누기에도 적합하다. 속이 뚫린 ‘ㄷ’자 테이블이 있어 3, 4명이 가면 취향에 따라 한 줄 또는 두 줄로 앉을 수 있다.
‘마루야키’(2만원)를 시키면 피자와 빈대떡의 중간처럼 보이는 ‘오뎅안주’가 나온다. 갖가지 어묵과 새우 새조개 가리비 등의 해산물, 피자치즈로 만든 안주로 고추씨를 갈아 만든 달짝지근한 소스에 찍어 먹는다. ‘주머니 어묵’은 잡채 고기 야채를 섞어 만든 속에 유부를 덧씌운 것이다. 묵직하게 가라앉는 ‘오뎅탕’의 육수 맛은 약간은 칼칼하고 매콤한 뒷맛이 포인트다. 국물이 맑은 편이다. 누룽지뚝배기탕이 함께 나오는 ‘모듬 어묵’(1만6000원)은 저녁식사 대용으로 좋다.
또 다른 어묵바인 ‘돈부리’(02-517-9570)는 일본의 어묵판매점인 ‘오뎅야’와 선술집 ‘이자카야’를 합쳐놓은 스타일이다. 배우 송강호 장진영 전도연, 감독 박광수씨 등 영화인이 단골. 조미료와 다시다로 간을 맞춘 ‘길거리 어묵’에 길들여졌다면 이곳의 어묵 맛이 다소 짭짜름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간장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치즈계란말이, 대합탕, 연어구이도 판다.
강남구청에서 선릉역 쪽으로 200m쯤 올라가면 4평 남짓한 ‘부산오뎅’(02-542-7210)이 있다. 이곳에서는 ‘차가운 어묵’을 의미하는 ‘냉(冷)나마보코’를 판다. 6가지 부산식 어묵을 비롯해 곤약묵 계란 떡심(등심의 일종)을 차갑게 가공해 간장겨자소스에 찍어 먹는다. 문어 새우 가리비 살코기만을 도려내 찐 ‘가마보코’ 어묵도 인기메뉴. 청주는 항상 데워 놓는다. 어묵 1개에 800원인데, 여자 손님들은 둘이서 30개씩 먹는 경우도 있다.
어묵바들은 흘러간 재즈음악이나 80년대 인기가요, ‘대학가요제 입상곡 모음집’, 록발라드 CD를 많이 갖추고 있다. 오전 3∼5시에 문을 닫는다.
●문어구이, 생선초밥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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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시티’ 극장골목으로 100m쯤 들어가면 9월초에 생긴 ‘타코짱’(02-545-4163·빌딩대표전화)이라는 ‘타코야키바’가 있다. 호두과자나 붕어빵을 파는 노점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노점 뒤에 10명쯤이 서서 먹는 공간이 있다. 5000원 한 세트인데, 일본인 주방장 2명이 즉석에서 문어와 다랑어, 양념 등을 넣고 동그랗게 조리해 준다. 달고도 매콤한 소스를 위에 얹어 준다. 조리방식은 다양한 해물이 들어가는 오사카식이 아니라 문어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잘 살아 있는 나고야식이다.
예전 디자이너스클럽 자리 맞은편 ‘스시바’(02-3442-5190)는 생선회나 튀김 대신 생선초밥과 술만을 판다는 점에서, 컨베이어벨트로 초밥을 담아 돌리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의 일식집이나 회전초밥집과 다르다. 초밥세트의 경우 점심메뉴는 8000원, 저녁메뉴는 2만∼4만원이다. 주문하면 젓가락, 간장통과 유리 양주잔을 세팅해 준다. 맥주 양주와 안동소주 등 전통술이 있는데, 늦은 저녁식사와 술 한잔을 함께 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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