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서울공연 16~19일 예술의 전당

  • 입력 2002년 10월 3일 18시 52분



《‘고전적인 아름다움 속에 꽃피는 원초적인 움직임.’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레의 윌리엄 폴 사이드, 독일 함부르크 발레의 노이 마이어와 더불어 유럽 현대 무용 트리오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안무가 지리 킬리언(55). 그가 예술고문으로 있는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가 10월16∼1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1999년에 이은 3년만의 한국 방문이다.

이번 무대는 NDT 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4개의 작품이 선보인다. 지리 킬리안이 안무한 ‘더 이상 연극은 아니다(No more play·1988)’ ‘작은 죽음(Petit mort·1991)’ ‘잡초가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서(Overgrown path·1980)’와 현 NDT 안무가인 폴 라이트풋의 ‘쉬-붐(SH-Boom·2000)’이 그것.》

인간의 육체미학 추구

이들 작품은 고전 음악을 중심으로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것이 특징. 지리 킬리언은 줄거리를 줄이는 대신 인간의 육체 미학을 추구한다. 무용수들의 엉킴과 풀림, 속도감 있는 안무, 조각상에서 볼 수 있는 조형미를 강조한다.

‘…연극은 아니다’는 안톤 베베른의 ‘현악 4중주를 위한 5개의 소품’과 자코메티의 한 조각상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남녀 무용수 다섯 명이 둘 혹은 셋으로 조형물 같은 이미지를 만들고 다양한 조명 효과로 한 무대에 여러 개의 공연 공간이 만들어진다.

‘작은 죽음’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이 흐르는 가운데 남녀 무용수 12명이 등장한다.

남성 무용수들은 칼을 갖고 장난을 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여성 무용수들의 궁중의상과 무용수들이 대형 천을 앞뒤로 이동시키며 무대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이채롭다.

이밖에 체코 작곡가 야나체크가 요절한 딸 울가를 생각하며 만든 피아노곡을 소재로한 ‘…오솔길을 지나서’와 코믹하면서 빠른 기교가 돋보이는 ‘쉬-붐’도 무용 마니아들이 주목할만한 작품이다.

조각처럼 다듬어진 춤을 즐겨라

세계적 안무가 지리 킬리언

서울발레시어터 상임 안무가 제임스 전은 “NDT의 우아함과 유연함, 맹렬하고 치열한 움직임은 실험적인 현대무용의 극치”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이 무용을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줄거리가 거의 없고 추상적인 움직임이 이어지기 때문.

장선희 세종대 교수는 “춤 자체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조각처럼 다듬어진 무용수들의 강약을 조절하는 춤과 거울 천 테이블 등 다양한 오브제(소품)는 지리 킬리언 작품의 매력적인 요소다. 육체의 움직임 속에서 미적 쾌감을 느끼면 된다.”

지리 킬리언은 1947년 체코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프라하 국립극장 발레학교에서 무용을 배웠다. 1966년 영국 런던 로열 발레학교에 입학했고 이듬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무용수로 활약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고전 발레를 기본으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1978년 NDT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이래 고도의 테크닉과 음악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현대무용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 중국의 태극권, 일본의 ‘대나무 공주’ 동화 등 동양적인 정서를 춤에 적용하기도 했다. 오후 7시반, 3만∼9만원. 02-780-6400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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