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의 피와 눈물의 흔적을 썼고, 비틀려진 영혼의 고통스런 신음을 썼고, 암흑 속에서 솟아오른 정신의 불꽃을 썼다. ‘영혼이여, 돌아오라!’고 외치며 무한한 환희와 더불어 인간성의 회복을 기록했다….”
중국의 여성작가 다이 호우잉은 ‘사람아 아, 사람아’ 후기에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은 중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관통한 지식인들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기록문학이다. 1957년부터 시작된 반우파 투쟁과 1966년에 절정을 이룬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진 인간적인 갈등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사람아…’는 작가 자신이 문화대혁명 당시 반(反)혁명자로 몰렸던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책 속의 손유에는 문화혁명을 겪은 작가를 닮았고, 자오 젠호안은 아내가 우파로 몰리자 이혼을 요구한 작가의 전 남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의 소중함, 바로 휴머니즘이다. 혁명 개혁 등 이념보다 인간이 우선임을 강조한다. 우파로 몰려 학교에서 쫓겨난 호젠후는 유랑생활을 전전하면서 진정한 인간을 발견한다. 그의 연인 손유에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도 호젠후에 대한 믿음을 잊지 않는다. 20년의 시련 속에서 결실을 맺는 이들의 애틋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게 한다.
‘사람아…’는 중국에서 1980년 발간 당시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었지만 중국 당국의 ‘판매금지’ 조치를 받았다. 1991년에 국내에 소개된 이 책은 대학가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지금까지 30만부가 넘게 팔렸다.
특히 법정스님이 “이런 소설을 읽고 있으면 사는 일이 새삼스레 향기로워지려고 한다. 후박나무 아래에서 손유에가 남긴 편지를 읽으며 내 가슴에도 비가 내렸다”는 글이 동아일보(91년 6월25일자)에 실려 판매에 속도가 붙으면서 시대에 번뇌하는 대학생들의 필독서가 됐다. 출판사 측은 일면식도 없던 법정스님에게 책을 보냈는데, 스님은 자신의 암자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로 주곤했다.
다섯수레의 김경희 주간은 “현대사의 격변기를 겪은 중국과 군부 정권을 거치면서 밀과 행동의 자유를 억눌린 채 살아온 한국의 상황이 흡사해 이 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은것 같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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