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중 할 것 없이 ‘입산 후보생’인 행자들의 발길이 끊어지면 그 원망과 책임은 원주스님이 듣게 된다. 행자들을 보살피는 원주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덕이 모자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열심히 살림하고 있는 원주 스님으로서는 억울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원주스님은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행자 증원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 해인사는 전통적으로 행자들이 잘 들어오지 않을 때 행하는 의식이 있다. 그것은 가야산 중턱의 마애불에 공양을 올리는 일이다. 이 방법은 일종의 응급조치에 해당하는 처방인데 신통하게도 영험이 바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공양 올린 다음 날이면 정말 신기하게도 입산의 뜻을 밝히는 이가 찾아온다.
그런데 해인사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 마애불에서 기도한 다음 날 들어오는 행자는 정신이 약간 모자라거나 며칠 견디지 못하는 인내심 약한 행자라는 점이다. 이와 달리 국사단(局司壇·도량을 수호하는 대신-大神-을 모신 곳)에 공양을 올리면 똑똑하고 쓸모 있는 행자가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아래 절인 비구니 암자에서는 행자 들어오게 하는 처방으로 공양간 부지깽이를 아궁이 입구에 세워놓는다고 한다. 알고 보면 절마다 ‘행자모집’ 에 관한 나름의 독특한 비법이 전해오는 셈이다.
이런 처방으로 온 행자가 아니더라도 해인사에서 출가하려는 이들은 행자 생활의 첫 관문인 ‘3000배’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고 출가를 쉽게 포기하는 것도 행자실이 텅 비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3000배를 줄이든지 없애자는 제안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해인사의 전통을 고수하자는 여론이 더 많다. 모르긴 해도 3000배를 포기하는 이들은 육체적으로 힘들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정리가 덜 된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입산하는 이들에게는 계절적으로 낙엽 지는 가을이 한 몫을 한다. 만추의 고독과 사색이 많은 이들의 발길을 산사로 옮기게 만드는 배경이 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을의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충동에 가깝다. 겨울이 오기 전에 입산하던 그 길을 따라 대부분은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곧 가을이 깊어지고 낙엽이 쌓이기 시작하면 원주실(院主室) 문 앞에서 출가를 망설이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 때쯤이면 우리 원주스님의 주름도 펴질까.
해인사 포교국장 budda12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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