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탁구대표팀의 강영순 감독(44·여)은 매일 아침 기도를 해왔다. 몽골선수들이 단 1승만이라도 올리게 해 달라고, 어린 선수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게 해 달라고.
강 감독은 생후 8개월 되던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중증 장애인이다. 하지만 장애인이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이 싫었다. 1988년 해발 3190m의 일본 북알프스를 등정하고 90년에는 장애인 최초로 대만 최고봉 위산(玉山)을 단독으로 오른 것도 그래서였다. 늦게 입문한 탁구에서도 89년부터 장애인전국체전에서 3년 내리 우승하는 실력을 과시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강 감독이 몽골과 인연을 맺은 것은 91년 한국기독교 침례회 해외선교사로 파견되면서부터. ‘사람의 운명이란 모를 일’이라는 말처럼 우연히 오랫동안 비어 있던 몽골국립종합대학 탁구팀 감독을 맡으면서 낯선 땅에 탁구 심기가 시작됐다.
국내 기독교인들의 도움으로 몽골 사람들이 한국을 부르는 이름인 솔롱고스(무지개의 나라)와 몽골의 첫 글자를 딴 ‘솔몽’이란 이름의 탁구클럽도 열었다. 40여명의 꿈나무들이 클럽에서 꿈을 키웠고 이들이 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 단체전에서 남자 8위, 여자 7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강 감독은 몽골 국가 탁구대표팀 감독까지 맡게 됐다.
“그 공로로 몽골 올림픽위원회로부터 올림픽 금장, 몽골 정부로부터는 최우수 체육지도자 금장 등 훈장을 3개나 받았고 교회를 여는 것도 허락 받았어요.”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참가도 불가능할 뻔했다. 몽골 정부의 지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몽골 근로자 2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선수촌 입촌비(1인당 1010달러)와 왕복 비행기값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지난해 선교활동의 일환으로 교회 축구팀을 이끌고 몽골을 찾았던 서울 성안교회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모든 어려움이 한꺼번에 해결됐다.
강 감독이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세운 목표는 소박하다. 몽골 정부가 선수들의 불법 체류를 우려해 성인 선수들의 출전을 불허하는 바람에 이번 대회에 나온 선수들은 모두 16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 이들에게 단 1승만이라도 안겨주고 싶은 게 강 감독의 소망이다.
그러나 이 작은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몽골 팀은 탁구 강국인 한국 북한과 같은 조에 편성되는 바람에 남자 단체 예선에서 한 세트도 뺏지 못한 채 0-3으로 완패당했다.
강 감독의 또 다른 소망은 몽골의 탁구 꿈나무들을 한국에 유학시키는 것. 이 꿈을 성사시키기 위해 강 감독은 대한탁구협회와 기독교 관계자들을 만나느라 한시도 틈이 없다. 보고 싶은 국내 지인들과의 약속도 모두 미뤄놓았을 정도다.
“이번 대회 참가를 계기로 몽골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한국과 몽골의 관계가 돈독해졌으면 해요. 내년에 몽골에서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아시아 꿈나무 탁구대회’를 열 계획인데 한국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부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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