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환 사장 “수준높은 예술무대 자존심 찾을터”

  • 입력 2002년 10월 7일 18시 58분


“현재 세종문화회관의 수준이 떨어진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세종문화회관의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는데 역점을 두어 앞으로는 대중 가수들의 과도한 공연을 자제토록 할 것입니다. 검증 받고 실력 있는 대중 예술인들의 공연에는 동의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과감하게 줄여 나가겠습니다.”

김신환(金辛煥·70·사진) 신임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7일 밝힌 취임 일성은 단호했다. 세종문화회관이 고급 순수 예술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그러기 위해선 시장경제 논리가 세종문화회관을 좌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중 가수들의 무대가 자주 마련되는 것 역시 ‘돈을 벌기’ 위한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는 “수익을 올려 자립하라는 식의 논리로는 세종문화회관도 예술계도 살릴 수 없다”면서 “예산을 늘리기 위해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후원회를 만들어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관료주의를 극복해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인들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 사장은 또 1978년 개관 이후 24년이 흐르면서 노후해진 세종문화회관의 시설도 적극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318억원의 리모델링 비용이 책정됐지만 무대의 조명 음향 시설 등의 개선비용은 극히 일부”라면서 “무대 개조를 위한 예산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들어 건물 외벽에 수많은 공연 전시 안내 포스터와 현수막이 내걸려 있어 분위기를 해친다”고 말해 곧 이를 철거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 사장의 이런 포부가 세종문화회관을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로 국한시키는 엘리트주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명하자 그는 “순수예술은 기본적으로 고독한 것이며 그 고독 속에서 세종문화회관과 우리의 예술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구자호(具滋鎬) 이사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이사회는 의결기구이지 명령기관이 아니다. 개인의 감정을 자제하고 서로를 존중해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서울대 생물학과를 나와 국립 파리고등음악원을 졸업하고 서울시 오페라단 초대 단장, 예술의전당 이사, 영남대 음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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