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덟번째 창작집 ‘꺼오뿌리’ 펴낸 소설가 김문수씨

  • 입력 2002년 10월 9일 17시 58분


소설가 김문수씨.
소설가 김문수씨.
“후회는 하지 않아요.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진실하게 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내게는 소설을 쓰는 일이,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는 일이 자기 반성이자 점검이고 ‘수양의 길’이니까요.”

8번째 창작집 ‘꺼오뿌리’(주류성)를 펴낸 소설가 김문수(62·한양여대 교수)씨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서민생활의 저변적인 실상을 다룬 작가’라는 평을 받는 그의 새 소설집 ‘꺼오뿌리’에는 같은 제목의 표제작을 비롯해 ‘아론’ ‘미늘’ 등 세 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꺼오뿌리’는 ‘개차반’ ‘개고기’를 뜻하는 중국어.

표제작 ‘꺼오뿌리’는 37명의 관광객이 떠난 열흘 남짓의 중국 여행기. 일행을 노상 웃기는 박민식이라는 인물이 소설의 중심에 서있다. 얼핏 거칠게 보이지만, 실은 매우 다감한 심성을 지닌 박씨는 어린 나이에 부모와 이별해 단신으로 월남한 뒤 자수성가한 사람.

“10년전이던가요. 북경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이틀 전에 중국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중국땅에서 눈에 보이는 곳에 가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중국을 배경으로 이산가족 문제와 함께 내면에 선한 마음을 지닌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또한 인간에게 사육됐던 침팬지 이야기인 ‘아론’, 타이어 펑크를 일삼는 범인을 좇는 심부름 대행사 직원과 그 사건의 이면을 그린 ‘미늘’도 맛깔스럽게 이어진다.

문학평론가 장영우 교수(동국대)는 이번 창작집에 대해 “문제 의식들이 다성(多聲)의 울림으로, 책을 내려 놓은 뒤에 다시금 펼치게 만드는 특유의 견인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196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이단부흥(異端復興)’이 당선돼 등단한 그는, 지금까지 현대문학상(1975) 한국일보문학상(1979) 한국문학작가상(1986) 조연현문학상(1988) 동인문학상(1989) 오영수문학상(1997) 대한민국문학예술상(1999) 등을 수상했다. 화려한 수상 경력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까닭은,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그저 꾸준히 문학 외길만 걷겠다는 그의 고집 때문이 아닐까.

이번 작품집을 문학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고자 한다는 그는 “지금까지와 다른 방법을 통해 창작하고 싶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 결실은 바로 올해말에 나올 창작 동화집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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