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과학원과 나카지마 기미치카(中島暉臣愼) 일본 고구려회 회장이 국내에 공개한 5세기 고구려 고분 벽화는 고고학적 측면은 물론 고구려시대의 생활을 연구하는 데도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북한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에서 발굴된 고분 벽화는 도굴당한 뒤 방치돼 상당 부분 훼손됐지만 벽화에 남아 있는 그림은 고구려인의 생활상과 사생관(死生觀)을 짐작케 한다.
특히 말을 끌고 있는 마자상(馬子像)의 얼굴은 선명한 분홍빛 볼에 이목구비도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서울대 안휘준 교수(고미술사)는 “인물의 눈동자가 살아 있고 얼굴의 빛깔이 선명하며 섬세한 윤곽 등으로 보아 상당히 고급스러운 미술 기법”이라며 “5세기 후반의 고분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안 교수는 “고분 입구의 무사상(武士像)은 무덤을 지킨다는 의미로 그려넣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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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상은 고운 얼굴과 잘록한 허리를 지니고 있어 자칫 여성의 모습으로 추정되지만 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젊은 동자의 모습으로 보고 있다. 안 교수는 “덕흥리 고분에서 보듯 말을 끄는 사람은 동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이건무 학예연구실장도 “보통 고구려시대의 여성은 긴 바지를 입었는데 짧은 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보아 여성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서울교대 조용진 교수(미술해부학)는 얼굴 형태에 대해 “이전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나온 것과 같은 전형적인 북방계”라고 말했다.
복식사 연구에도 새로운 사료로 여겨진다. 발과 다리 부분을 천으로 감은 듯한 인물도는 수상리 고분에서 나온 ‘곡예하는 사람’의 각반과는 다르다. 서울여대 김미자 교수(복식사)는 “다리를 헝겊으로 감은 듯한 차림은 처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벽화에서 나타난 ‘좌임(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