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은 제가 썼어요.
거꾸로 드러누운 강아지는 제 동생 앤트가 그렸어요.”
낱말 쓰기 숙제를 했는데 숙제한 종이에 동생이 그림을 그려놓아 할 수 없이 형이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처음에는 숙제에 낙서를 해 놓은 동생에게 화도 냈지만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름의 해결을 하는 형이 참 대견하다. 동생이 한 ‘짓’을 낙서가 아닌 ‘그림’으로 보는 형의 모습은 저만 아는 요즘 아이들에 견주어 신선하게 다가온다.
베치 바이어스가 지은 이 책에는 네 편의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침대 밑 괴물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는 동생이 안심하고 잘 수 있도록 괴물을 내쫓는(?) ‘침대 밑의 괴물’, 숙제에 그림을 그려 놓아 형을 곤란하게 하는 ‘앤트와 거미’, 동생이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며 스스로도 책 읽기를 즐기는 ‘앤트와 아기 돼지 삼 형제’, 글을 쓸 줄 모르는 동생을 대신해서 산타할아버지께 편지를 써 주는 이야기인 ‘사랑하는 앤트 올림’이 그것이다. 짤막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인다.
동생보다 겨우 두어 살 많은 형이지만 형은 형답고, 동생은 정말 동생답다. 동생의 눈에 보이는 형은 어른 못지 않다. 건성으로 대꾸하는 부모님보다 오히려 더 믿음직스러울 때도 가끔 있다. 괴물은 어른이 보면 숨어버린다며 형 눈에는 괴물이 보이지 않을 거라는 동생의 모습을 보면 형에게 향하고 있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책을 덮고 있으면 아이들 노는 모습이 그려진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동생을 사랑하는 형의 마음이, 형을 사랑하는 동생의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좋은 책이란 이런 것 아닐까? 굳이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고, 흐뭇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
아이들에게는 어떤 생각이든 심어줘야 한다는 어른의 잣대가 보이지 않아 호감이 가는 책이다.
오혜경 주부·서울 금천구 시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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