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기자의 현장칼럼]자동차 피랍 가상체험

  • 입력 2002년 10월 17일 16시 34분


유괴나 납치사건 피해자들이 자동차 트렁크에 감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괴나 납치사건 피해자들이 자동차 트렁크에 감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전 모 대학 P교수(53)는 6년 전 사건의 악몽에서 지금도 자유롭지 못하다. P교수는 96년 10월 27일 오전 2시반 자신의 아파트 지하에 승용차를 주차한 뒤 계단을 오르다가 괴한 4명에게 납치됐다. 괴한들은 P교수를 마구 때린 뒤 교수의 차 트렁크에 밀어넣었다. 그들은 대전 시내를 P교수의 차로 돌아다니며 빼앗은 현금카드로 800만원을 인출한 뒤 납치 5시간 만에 P교수를 풀어줬다. P교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렁크 속에서의 기억을 다시 꺼내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를 극력 거절했다.

유괴나 납치사건 피해자들이 자동차 트렁크에 감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7월에는 전 해운대구청장 김홍구씨(53)가 자신의 회사 직원 3명에게 납치돼 차 트렁크에 감금된 채 5일 동안 끌려다니다 살해됐다. 4월에는 남자 2명이 48시간 동안 수원 용인 일대에서 20대 여성 5명을 연쇄 살해해 2명의 시체를 트렁크에 넣고 다닌 사건이 발생했다. 급기야 건설교통부는 트렁크 안에 비상 탈출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기자는 10일 오후 4시반부터 5시간 동안 손발이 묶이고 청테이프로 입이 봉해진 채 군청색 쏘나타Ⅲ 트렁크에 갇혀 끌려다니는 체험을 기획했다.

자동차 트렁크 납치 감금 피해자들은 어떤 심리적 충격과 신체적 상처를 입을까, 트렁크 감금상태라는 극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자구책은 무엇일까 등 피랍자에 초점을 맞춘 질문을 먼저 던져보았다. 또 경찰 검문 등은 효과적으로 작동할까,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트렁크 속에 갇힌 피랍자를 발견할 수 있을까 등 사회적 안전망을 점검해보고자 했다.

기획취재는 ‘실제’가 아니므로 피해자가 받는 엄청난 충격과 결코 흡사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취재 후 기자는 살아서 숨쉬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10일 오후 9시반, 실험차량의 뒷좌석 시트가 뜯긴 부분을 통해 기자가 빠져나오고 있다.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트렁크 잠금장치를 잘못 건드려, 외부에서 열쇠로도 트렁크를 열 수 없게 된 ‘실제상황’이 발생한 것. 1시간 동안 ‘진짜’ 감금됐던 기자는 서울 삼청동 한 카센터의 도움을 받아 트렁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감금직후 방향감각 상실

승용차 트렁크 안은 어둠이다. 내 몸놀림조차 볼 수 없는 현실이 불안감을 자극한다. 자동차가 거칠게 출발한 뒤 약 10분간은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다. 좌우회전은 물론 전후진조차 감지하기 어려웠다. 끊임없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었다. 뒷바퀴 돌출 부위에 머리가 부딪힐 때마다 전기가 통하는 듯한 찌릿한 통증이 왔다.

뒷바퀴 부위에 머리를 대고 모로 누웠다. 밑에 깔린 어깨와 쇄골이 아프다. 결박 상태에서는 무릎을 45도 이상 펴기 어려웠다. 고통은 자세에서 온다. 반듯하게 누우면 뒤로 결박된 두 손 탓에 등과 허리에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다시 옆으로 누워 오른쪽 뺨을 트렁크 바닥에 내리깐 채 오른쪽 어깨를 뒤로 빼내어 가슴을 바닥에 최대한 밀착했다. 트렁크 바닥과 맞닿는 신체 부분을 극대화한 것. 바퀴의 진동이 머리에 그대로 전달돼 어지럽고 구토가 났지만 몸의 무게가 분산돼 몸 자체는 가장 덜 고통스러웠다.

숨쉬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트렁크 상판은 이중으로 돼 있는데, 내부 상판에는 일렬로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에 코를 갖다대면 미세한 바람의 흐름이 느껴진다. 구멍을 통해 실낱 같은 빛도 흘러들어왔다.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는 선택의 여지없이 발을 사용해 구조를 청해야 했다. 옆으로 누워 트렁크 상판을 올려 차면 “쾅”하는 제법 큰 소리가 난다. 그러나 트렁크 내부의 양 측면은 나무판과 카펫이 덧대어져 있어 걷어차도 “퍽”하는 작은 소리가 날 뿐이었다. 일부 고급승용차에는 상판 내부에도 카펫이 부착돼 있다.

현재 국내 일부 승용차 트렁크에 달린 비상탈출장치는 열림고리를 잡아당기는 방식이다. 열림고리는 트렁크 천장이나 번호판이 부착된 안쪽 몸체에 달려 있다. 모로 누운 자세에서 어깨 끝부터 상판까지의 거리는 15㎝ 정도. 몸을 45도만 틀면 뒤로 묶인 손이 천장 열림고리에 닿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또 옆으로 누워 몸을 새우처럼 구부리면 트렁크 내부에서도 180도 회전할 수 있기 때문에 번호판 안쪽에 달린 레버에 뒤로 묶인 손을 뻗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2000년 5월, 근무 중 차량절도범을 검문하다가 납치돼 트렁크에 갇혔던 유승환씨(22·당시 인천부평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의경)는 손가락으로 열림장치를 건드려 납치 2시간반 만에 탈출했다.

“주머니에 있는 라이터가 떠올랐다. 라이터를 켜고 트렁크 열쇠고리 부위를 살펴보니 손가락을 넣을 만한 틈이 보였다. 뭔가 걸리는 것을 잡아당기니 트렁크가 열렸다.”

그러나 인질들에게서 유씨처럼 침착한 행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본능적으로 발버둥을 치게 된다는 점을 가정할 때 효과적인 비상탈출장치는 당기는 방식보다는 누르는 방식이다. 트렁크 양 측면에 버튼식 탈출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여겨졌다.

● 내부습도 올라 물방울 맺혀

시간이 갈수록 기자를 괴롭히는 것은 더위와 습도였다. 몸을 거칠게 움직이며 구조를 요청할수록 배출되는 입김으로 트렁크 내부 습도와 온도가 올라갔다. 점차 숨쉬기가 어려워졌다. 호흡이 불규칙해지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트렁크 상판에서 정체불명의 액체가 뚝 떨어졌다. 얼굴을 들어 뺨을 상판에 대보았다. 상판에 촘촘히 맺힌 물방울이 뺨을 흥건히 적셨다.

관자놀이에서도 땀이 솟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무릎 안쪽과 가랑이 사이로 고인 땀은 짜증보다 공포심을 일으켰다. 구두의 무게가 천금처럼 느껴졌다. 그 무게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무릎과 장딴지로 옮겨가 통증을 만들었다.

1회용 라이터를 탈출도구로 쓸 수 있지 않을까에 생각이 미쳤다. 왼쪽 바지 주머니에 있는 라이터를 꺼내려고 누운 채 하체를 힘껏 들어올렸다 내렸다 20여회 반복했지만 엉덩이 근처에 걸린 라이터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열쇠구멍 근처에 있는 몇 개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닥치는 대로 당기고 쑤셔 보았으나 소용없었다.

트렁크 주위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릴 때, 버스의 에어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뒤차가 가까이에 멈춰섰다는 판단이 들 때,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올 때 집중적으로 트렁크를 발로 차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입을 봉한 청테이프를 떼어내려고 혀를 곧추세워 강하게 내밀어 보고 양 뺨을 움직여 보았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교통경찰의 것으로 보이는 규칙적인 호각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왔다. 차는 정차해 있었다. 아마 교통경찰이 있는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일 것이다. 이번에는 있는 힘껏 머리로 트렁크 상판을 들이받았다. 쾅, 쾅, 쾅. 그러나 호각소리는 빠르게 멀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지쳤고 정신은 혼미해졌다. 중요한 것은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당황하지 않고 현실에 대한 감각과 인지능력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몸을 기역자로 굽혀 뒤로 묶인 손을 뻗어 후미등 덮개를 뜯어냈다.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빛에 정신을 집중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생각해 보니 ‘범인들’은 오래 전부터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자신들의 범행사실을 보도하는 뉴스를 들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 납치범들은 대체로 라디오를 켠 채 이동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차 안의 소리는 트렁크에 분명하게 들렸다.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57분 교통정보’ 이후 오후 8시를 알린다. 체험에 들어간 지 대여섯시간쯤 지났으리라 느꼈는데, 실제로는 3시간 반이 흘렀을 뿐이다. 시간을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공포와 불안감은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았다. 자세히 차 안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니 ‘만남의 광장’이라는 단어가 귀로 빨려들어왔다.

● 5시간 만에 탈진상태로

자동차가 갑자기 과속방지턱을 연달아 넘었다. 머리가 트렁크 상판에 마구 부딪치면서 충격이 전신으로 전해졌다. 약 5초 간격으로 7개의 턱을 규칙적으로 넘은 것으로 볼 때, 사람들이 많은 주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구조를 요청할 기회가 다가온다는 뜻이다.

차가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도 또렷이 들렸다. 알루미늄 배트에 공이 맞을 때 생기는 “깡, 깡, 깡” 하는 야구연습장 특유의 타격음도 가까이서 들렸다. 행인이 많은 지역을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 채 통과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실마리였다. 중년인 듯 싶은 여성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래 또 그랬지. 내가 뭐랬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누가 알았나? 실수한 거지.”

목소리와 함께 그들의 것인 듯 싶은 하이힐의 또각또각 소리까지 정확히 들렸다. 남은 힘을 다해 트렁크 상판을 “쾅, 쾅, 쾅, 쾅, 쾅” 다섯차례 두드렸다. 청테이프가 찢겨나갈 정도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들은 단란한 대화에 빠져 내 존재를 알지 못했다. 철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들과 나의 삶은 이렇듯 부조리하게 달랐다.

이후 몸은 급격히 탈진상태로 접어들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온몸이 쑤시며 소리를 내기조차 어려워졌다. 뺨을 바닥에 내리깔고 납작 엎드린 채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얼마 뒤 차 뒷좌석이 뜯겨져 나가면서 감당하기엔 너무나 밝은 불빛이 트렁크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5시간 만에 트렁크에서 빠져나오는 순간이었다.

sjda@donga.com

●감금 스트레스 이겨내려면…복식호흡, 정신집중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는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 지수 (미국 홀메스 & 라 박사 고안)를 기초로 할 때, 승용차 트렁크에 감금된 스트레스는 80∼90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이 지수에 따르면 배우자 죽음이 100으로 최고. 승용차 트렁크 납치 감금에 대해 양 박사는 “빛과 소리가 차단되는 감각 박탈이 피해자에게 시간 장소 등을 인지하는 지남력(orientation)에 장애를 일으켜 불안과 공포를 일으킨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변의(便意)를 느끼는 것은 물론 배기가스 냄새를 독가스로 착각하는 과(過) 자극 상태가 되고 환청 환시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경우 사고 초기에는 죄책감(‘과거에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일이…’)을 느끼다가→분노(‘왜 내게만 이런 일이…’)로 감정이 역전된 후→납치 상태가 수일간 계속되면 범인들을 오히려 자신의 마지막 구원자 처럼 여기며 범인들의 지시에 꼭두각시 처럼 따르는 등 피암시성이 강해지는 심리적 격변을 겪는다.

재난심리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복식호흡을 해 산소 섭취량을 늘리고 △집중할 만한 대상을 설정해 판단력을 잃지 않도록 하며 △긍정적 목표 (‘내가 살아나가면 누구와 어떤 즐거운 일을 하겠다’)를 계속적으로 되뇔 것 등을 권한다.

당김식의 트렁크 비상탈출장치 기아옵티마(왼쪽)와 링컨 타운카

●국내차 일부만 탈출장치…그나마 당김식

미국 캐나다 등은 트렁크 비상 탈출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어 이 지역으로 수출되는 연간 70만대의 국산자동차는 탈출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스위치를 누르는 ‘푸시 버튼식’과 열림고리를 잡아당기는 ‘케이블식’ 등 두 가지가 대표적.

11일 국내외 자동차 업계에 확인한 결과 기아자동차는 10월 현재 내수용으로 출시되는 승용차종까지 비상탈출장치를 모두 장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에쿠스 다이너스티 그랜저XG 등 일부 차종에 부착하고 있다. 손가락을 구멍에 집어넣어 당기도록 고안된 레버식인데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렵다. 대우차와 르노삼성차는 장착하지 않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현재는 장착 차종이 없으나, 국내 입법화에 대비해 본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국내 수입 승용차 중 포드 토러스, 링컨 LS, 링컨 타운카 등 3개 차종에 당김식 탈출장치를 갖추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트렁크내 탈출장치 설치비용은 대당 1만원 미만이다.

●납치범 입장에서…검문 경찰도 트렁크 난타소리 못들어

납치범역을 맡아 차를 몰고 서울 광화문부터 강남 일대까지를 왕복한 세명의 기자들은 트렁크 속 기자와는 또다른 현실을 체험했다.

취재를 위해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를 출발한 것은 오후 4시반. 광화문 앞 대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동안 트렁크에서 제법 크게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운전석 쪽 창문을 모두 내린 채 바싹 따라붙은 뒤차 운전자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차는 반포대교를 건너 올림픽대로 종합운동장 방향으로 들어섰다. 오후 5시 45분경 올림픽대로에서 빠져나와 직진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중 오른쪽 차 바로 뒤편에 순찰차 한 대가 멈춰섰다. 이 때 트렁크에 있던 이승재 기자가 요동을 쳐 차는 계속 좌우로 흔들렸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졌다. 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옆으로 바싹 다가왔던 순찰차는 취재차를 스친 뒤 테헤란로쪽으로 사라졌다.

오후 6시반경 삼성서울병원 인근 일원역에 도착해 10분간 정차했다. 역 출구에서 10여m 떨어진 편도 1차로 골목이었고 다른 차는 없었다. 피랍자는 한번 두드릴 때마다 10여초씩 간헐적으로 트렁크를 두드렸지만 행인들은 무심하게 지나갔다.

오후 8시경 정체구간인 양재대로를 거쳐 강남역 뉴욕제과 뒤편에 이르렀다. 오가는 사람에 막혀 차는 간신히 움직일 정도. 세 명의 기자들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시 차를 세웠다. 바로 옆에 야구 연습장이 있었다. 그 동안 ‘피랍자’는 트렁크 속에서 계속 쿵쾅거렸다. 그러나 바로 옆에 서 있던 20대 초반의 여성은 아무 낌새를 채지 못했다.

차를 다시 골목 쪽으로 몰았을 때 한 40대 초반의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 뒤를 10여초간 쫓아왔다. 그러나 친구들과 함께 있던 곳에서 점점 멀어지자 이내 ‘추적’을 포기했다. 차는 잠수교를 건너 오후 8시반경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 다시 도착했다. 그러나 트렁크 여닫이 장치의 고장으로 이승재 기자는 1시간 더 트렁크에 갇혀 있어야 했다.

시내를 돌아다니는 동안 진짜 납치범이 된 것처럼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 있었다. 경찰의 검문에 걸렸던 것이다. 경찰은 간단한 질문을 하면서 차 안을 둘러봤다. 이때 차 안에서는 ‘피랍자’가 트렁크를 두드리는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그러나 차 밖의 경찰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검문을 통과하고서도 한참 뒤통수가 따끔거렸다.

‘납치범’으로 돌아본 서울은 몹시 시끄러웠다. 승용차 트렁크 안에서 누군가 쉴새없이 구조를 요청하는 발길질을 해대도 파묻혀버릴 만큼의 소음을 차들이, 사람들이 끝없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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